[기고] 위기 해소의 '뉴패러다임'

입력 2022-11-04 14:23:37 수정 2022-11-06 16:26:52

김영욱 전 대구부동산경제연구원장

김영욱 전 대구부동산경제연구원장
김영욱 전 대구부동산경제연구원장

경기 침체의 원인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어떠한 여파가 있었는지 묻거나 따지지 않겠다. 다만 지역의 주택가격 하락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할 뿐. 모두가 마치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가 풀리면 숨통이 트일 것처럼 중앙정부에 지속적인 요구를 했고, 그 요구는 불가피함으로 이내 받아들여져야만 했다.

이에 시행사·시공사들은 잠시나마 대출, 청약, 세제 등에 있어 그동안의 규제에서 벗어나 상황이 한결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졌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여러 날이 불필요했고, 대출 규제 완화, 2주택 이상의 취득세 중과 완화,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부여 등 여러 개의 착화탄이 쥐어졌지만 분양시장에는 불이 붙지 않았다.

왜 그럴까. 그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으니 들추어 보자.

우선 2021~2024년 무려 8만9천여 채의 물량이 우리 지역에 퍼부어지고 있는 것은 주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므로 그 첫 번째 원인으로 들 수 있을 것이고, 다음으로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 상황의 불안정한 3고 시대 소비자 처신에 있어 부득이 지퍼를 채우고 지출을 줄여야 한다는 강박적 위축 심리가 떨어낼 수 없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 그 원인 중 두 번째라 할 것이다. 그리고 2008년 전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불이 켜지지 않는다고 하는 약 3만5천여 채의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제풀에 속절없이 무너지며 할인 판매 시장 또는 퉁친 통매각 시장으로 내몰리던 학습효과가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으니 그 세 번째 원인으로 들 수 있겠다.

여기에 더해 본다면 미분양 해소를 위해 정부에서 꺼내 들어줄 취득세 감면 또는 양도소득세 한시적 면제 등의 경기 부양 카드가 반복되는 사례에서 보듯 아직도 남아 있으니 그 기대감의 여파도 불이 지펴지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꼽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함에 관망하며 콘크리트화되어 가는 수요층을 상대로 점차 준공 후 미분양으로 변해 가는 이 아파트를 소화해 낼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이전과 같이 땡처리 시장에서 와글대며 할인 판매를 할 것인지 아니면 통매각을 선택하여 특정 자본가 그룹을 이롭게 할 것인지 선택의 순간이 왔음을 느끼며, 이미 할인 판매를 하는 곳이 생기기 시작했고 각종 혜택이라는 유혹거리가 거리에 게시되고 있음에 더욱 물량 해소 방안에 대하여 집착적 기획을 하지 않을 수 없음이다.

구태의연한 광고, 홍보, 선전 등에서 벗어나 구매자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 최적의 맞춤 기회를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경직된 부동산 시장에서 수요자에게 주의와 환기를 줄 수 있는 선제적이며 적극적 수단은, 찾고자 하면 있을 것이고 과거처럼 밀려다니고자 하면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수분양 예정자나 대기 수요자에게 지속적인 관심과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임을 자각하여 이전처럼 할인 판매나 땡처리, 통매각을 탈출구로 여기는, 그리하여 수요자를 외면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며,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역발상적인 방안을 발굴하여 이 상황을 타개하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할인 판매나 통매각의 판단은 거듭된 오류로 남을 것이므로 미분양 해소의 해결책이 아님을 깨닫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내는 발상의 전환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