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형 문화평론가
얼마 전 부모님과 1박 2일 동안 목포를 다녀왔다. 민어도 맛있고, 백반도 맛있고, 한정식도 맛있었지만 무엇보다 맛있는 것은 목포의 구수한 말투였다. 세어보니 택시를 탄 것이 총 7번. 그때마다 난 바깥 경치보다 그 일곱 택시기사님들의 말을 더 경청하게 되더란다.
첫 번째 분은 놀라운 말씀을 하셨다. "나가 통영에 가봤는디, 꺼가 더 좋드만. 여그 목포 음식은 쓰잘떼기 없이 접시만 많아 가꼬 쩡작 중요한 회가 적으." 남의 떡이 더 커보였던 것일까, 아니면 우리가 경상도 말을 쓰니 치레를 해준 것일까, 어쨌든 그 기사님은 목포 사람은 당연히 고향 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살짝 비틀어 주셨다. 두 번째 분은 항일의식이 투철한 분이셨다. 아버지가 손혜원의 일본인 거리 이야기를 꺼내시자 곧바로 "거 일본놈들의 건물을 싹 다 밀어부러야 혀요!"하면서 역정을 내신 것이다. 알고 보니 그분은 사연이 있는 분이셨다. 일제의 악랄한 만행 중 하나였던 '우키시마호 고의 폭파 사건' 당시 부모님이 그 배에 타고 있다가 가까스로 살아 나오셨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분은 약간 퉁명스러웠는데 우리가 "싸고 반찬 많이 나오는 식당에 데려다주세요"하자 "아따 돈은 싸게 내불고 반찬만 마이 찾으면 되는 강?"하며 투덜거리는 것 같았다. 어쨌든 그분이 데려다주신 집은 백반 가격이 7천원에 불과했지만 반찬은 감칠맛이 좋고 가지 수도 충분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해피엔딩.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가수 이난영의 이야기는 네 번째 기사님께 들었다. 유달산 노적봉에 노래비가 있고, 삼학도에는 그녀의 무덤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난영 딸들의 그룹인 '김시스터즈'를 '펄시스터즈'로 잘못 이야기한 부분만 빼면 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신 것이다.
다섯 번째 분은 목포를 둘러싼 지역들에 대한 불만이 많으신 분 같았다. 그에 따르면 "무안이 이기적으로 다 해처먹어부러서 목포가 쪼까 어렵다"고 했다. 그런 뒤 지도를 보니 정말 목포시는 무안, 신안, 영암이라는 3군에 포위당한 외로운 형국의 도시였다. 물론 무안군 택시기사 말도 들어보고 판단해봐야 할 문제이긴 하다. 여섯 번째 분은 '상어이빨'에 대한 판타지를 가지고 계신 분 같았다. "목포에 오셨으믄 꼬옥 상어이빨을 보셔야 하는디…" 어디 가면 볼 수 있냐고 묻자 그는 신이 나서 원래 가던 데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 우리를 세워주었다. 심지어 요금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도 말이다. "여서 보시요잉, 꼭 보시요잉. 상어이빨~" 알고 보니 그곳은 목포자연사박물관이었고 이빨은 목포와는 큰 상관이 없어 보이는 멸종상어 메갈로돈의 모형이었다.
마지막 택시기사는 아버지가 "목포 부자들은 어디 사냐"고 묻자 "목포에 부자가 어데 있소? 여거는 다 가난하요. 젊은 사람들도 다 나가불고"라고 대답했다. 말투는 달라도 대한민국 지방 도시는 어디가나 비슷한 운명인 듯싶은 순간이었다. 아무튼 목포, 잘 놀다 왔습니다. 기사님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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