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역사학자이며 외교관이었던 E. H. 카는 자신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또 "한 사회가 어떤 역사를 쓰느냐, 어떤 역사를 쓰지 않느냐 하는 것보다 더 그 사회의 성격을 뜻깊게 암시하는 것은 없다"고 했다. 국내 좌파들의 현대사 왜곡 사례와, 고구려·발해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는 중국 공산당의 만행에 거의 무기력하다시피 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분명히 '역사 전쟁'에서 대패(大敗)를 거듭하고 있다. 역사를 빼앗긴 민족과 국가에 미래가 있을 수 없다.
베이징 중국 국가박물관은 올해 7월부터 한중 수교 30주년, 중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아 '한중일 고대 청동기전(展)을 열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전시회에 한국 고대사 연표와 유물을 제공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 고대사 연표에서 고구려와 발해를 아예 빼고, 고조선의 건국 연대도 '기원전 2333년'을 임의로 '고조선 연대: ?~기원전 108년'으로 고쳤다. 한국 측의 강력한 항의에도 연표를 수정하지 않고 떼어내는 것으로 얼버무리고 있다.
중국의 역사 왜곡과 도발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방문해 유명해진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박물관은 '말갈 수령 대조영이 발해를 건국했다'고 한글로 설명하고 있다.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분리하고 각각 중국사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의 산물이다. 동북공정은 1980년대 등장한 자국 내 여러 민족의 역사도 중국사라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에 기반한다. 이런 논리라면 타르수스(현 튀르키예 영토) 출신 사도 바울은 튀르키예인이고, 칼리닌그라드에서 태어난 이마누엘 칸트는 러시아 철학자가 된다. 억지스럽지만 진짜로 많은 중국인은 윤동주 시인이 조선족 중국인이라고 믿고 있다.
중국의 한국사 침탈은 상식과 상상을 초월한다. 2007년 중국 사회과학원은 '고대 중국 고구려 역사 총론'에서 백제와 신라도 중국사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라는 망언을 한 것이다. 역사 전쟁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고, 대한민국은 지속적으로 침탈당하고 있다.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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