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괜찮을까…대구문예진흥원 우려 속 출범

입력 2022-09-27 18:30:00

일주일 채 남지 않은 시점 원장 선임, 공간 마련 미비
대구시의회 “충분한 정착기 두고 혁신 추진하는 것 바람직”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들어설 예정인 대구문화예술회관의 팔공홀 전경.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들어설 예정인 대구문화예술회관의 팔공홀 전경. 대구문화예술회관 제공

다음달 1일 대구시 산하 문화예술관광 관련 출연기관·사업소를 통폐합한 재단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하 문예진흥원)이 출범한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 후 문예진흥원 설립을 공표한 지 3개월 만이다.

◆원장 선임도, 공간 마련도 미비

유례없는 기관 설립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던 탓일까. 문예진흥원 출범이 일주일도 채 남지않은 시점이지만 원장 선임도, 사무공간 마련도 순탄치 않은 모양새다.

지난달 말 대구문화재단 대표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는 문예진흥원 원장 공모 공고를 내고 심사를 진행했다. 13명의 후보 중 5명이 대구시장에 추천됐으나, 후보들의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최종 결과는 '적임자 없음'이었다.

추천위는 지난 22일 원장 재공모 공고를 냈지만, 사실상 문예진흥원은 수장 없이 출범하게 됐다. 29일 서류 접수 마감에 이어 10월 4일 면접 심사 등을 거치면 적어도 10월 둘째주에 원장 선임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예진흥원 하부 조직의 본부장급·관장급을 원장 선임 이후에 진행하겠다는 대구시 계획에 따라 올 연말까지 인사와 관련한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대구문화재단, 관광재단, 오페라재단 대표들과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은 9월까지만 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고 일부 대표는 이미 퇴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내년 사업을 준비하는 중요한 시점에 원장을 비롯해 본부장, 관장급의 공백 상태가 길어질 경우 사업 진행이 원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예진흥원 사무공간 마련도 난항을 겪고 있다. 시는 최근 문예진흥원 원장실을 비롯한 사무공간을 대구문화예술회관 내에 마련하기로 확정했지만, 구체적인 배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사무공간 마련이 더뎌지고 있는 것은 대구시가 기존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 연습공간을 대구콘서트하우스로 옮기고, 그곳을 문예진흥원 사무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단원 학부모들의 반발에 부딪쳐서다.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연습공간 이전에 대한 간담회는 이달 들어 두차례 열렸으나 시와 단원 학부모간 의견 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단원 학부모들은 임시 대표단도 만들어 이전 연습공간의 협소함과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따른 부담, 단원들의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연습공간 이전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의견을 조율하는 등 세부적인 공간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며 "최대한 빠른 안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요한 전환기…역할 제대로 해야"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적잖다.

김재우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동구1·국민의힘)은 지난 16일 열린 정례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은 대구 미래 100년의 문화관광생태계 기초를 마련하는 방향임을 공감한다"면서도 "너무 성급한 변화는 절차상, 내용상 필요한 과정 등을 빠뜨릴 수 있기에, 충분한 정착기를 두고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지역 문화계의 반응도 뜨뜻미지근하다.

2013년 경남문화재단, 경남문화콘텐츠진흥원, 경남영상위원회를 통폐합한 경남문예진흥원 설립 당시에는 문화예술계에서 문예진흥원 설립을 두고 뜨거운 공개 토론의 장을 연 것은 물론, 시민단체와 도의원, 정치권 인사들까지 나서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달리 대구 문화예술계가 보이는 소극적 반응은 문예진흥원 설립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문화계 한 종사자는 "문예진흥원을 왜 만드는지, 기관 통폐합으로 인한 효과나 비전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문예진흥원에 대한 정보는 물론, 설립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없으니 기대 자체를 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수년에서 수십년간 굳어 있던 조직체계와 비효율적인 기능을 재정비하고 인적 쇄신을 꾀할 기회라는 기대도 있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대구 문화예술계가 유례 없는 기관 통폐합으로 중요한 전환기를 앞두고 있다"며 "문예진흥원이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하고, 예술인을 위한 지원과 양질의 콘텐츠 제공이 이뤄지는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대구문화재단은 최근 (재)대구문화예술진흥원으로의 기관 명칭 변경을 완료했다. 문예진흥원은 이번주 내로 해산한 법인 오페라재단, 관광재단과 양수도 계약을, 문화예술회관과 콘서트하우스, 대구미술관과 위수탁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방안에 따르면 문예진흥원은 기획경영본부, 문화본부, 관광본부를 비롯해 대구미술관, 문화예술회관, 콘서트하우스, 오페라하우스, 시립박물관 등 크게 8개 하부조직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최근 대구문화재단과 대구현대미술가협회가 각각 위탁 운영하던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숀도 문예진흥원이 공공위탁 운영하기로 정해지면서 유례없는 거대한 조직으로의 출범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