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 서식지 파괴, 환경성평가 어긴 영양풍력단지 사업 재검토를"

이은주 국회의원, 환경부 조건부 허가 '업무상 과실' 지적
영양풍력단지 2017년부터 불허…올해 7월 환경부 돌연 조건부 허용
한국환경연구원 검토 결과 "식생·지형 훼손 최소화 정도 충족 못해"

경북 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 예정지 내에서 촬영된 멸종위기 1급 및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의 모습. 이은주 의원실 제공

이은주 국회의원

경북 영양군에 대규모로 조성될 예정인 풍력단지가 멸종위기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 서식지를 파괴, 사업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은주 정의당 국회의원(환경노동위)은 14일 보도자료를 내 "환경부가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평가 지침'을 어기고 영양군에 건설 추진되는 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아 재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이번 결과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이 영양풍력발전단지 계획(안)에 대한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개발기본계획 초안과 본안을 검토하면서 드러났다.

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은 2017년부터 개발허가 신청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낙동정맥 보호구역의 훼손과 생태·자연도 1등급지 훼손, 법정보호종 서식지의 훼손, 풍력단지로 인한 누적 영향 등의 이유로 허가가 나지 않았던 사업이다.

이후 영양풍력발전단지 사업자는 올해 3월 사업 규모를 당초 27기에서 18기로 일부 축소해 전략환경영향평가 초안을 재접수했지만 "여전히 환경적 영향이 크게 발생한다"는 판단으로 반려됐다.

하지만 지난 7월 사업자는 사업 규모를 18기에서 15기로 더 축소해 본안을 제출했다.

당시 한국환경연구원은 육상풍력 개발사업 환경성 평가 지침(2022년 1월 시행)은 식생·지형 등의 훼손을 최소화할 경우 생태·자연도 1등급 지내에 입지가 가능함'을 언급하고 있지만 본 계획은 임도의 훼손 규모가 크고 이에 따른 생물종 서식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이 유발됨을 고려할 때 '최소화'의 정도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사업 자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이러한 내용을 수용하지 않고 조건부 동의해줬다는 것이 이 의원 측 주장이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산양의 배설물이 발견된 영양풍력발전단지 예정지 인근 101개 지점. 이은주 의원실 제공

이 의원은 "환경부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사업규모(17만3천356㎡)는 2017년(29만8천82㎡)에 비해 42% 축소됐고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의 훼손 지역도 41%(8만8천155㎡→5만2천354㎡)로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의 훼손 면적은 여전히 전체 사업 부지의 30.2%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한국환경연구원이 영양풍력단지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검토의견서를 보면 거짓 작성했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사업예정지에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서식함에도 초안에서는 산양 서식 등 핵심내용이 빠졌고, 본안에서도 두 곳에서 산양이 촬영됐는데 예정지 남쪽으로는 배설물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서술했다는 것이다.

한국환경연구원 측은 "산양의 경우 사업지 인근에서 확인됐다고 기술하고 있지만, 지역주민들의 모니터링 자료에 의하면 산양의 분포(예정지 17개 지점에서 촬영, 101개 지점에서 흔적 발견)가 확인된 점을 고려할 때 면밀한 조사와 평가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은주 국회의원은 "주민들의 제시한 자료가 맞는다면 사업자가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거짓 작성했고 환경부는 주민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사업자의 거짓 작성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은 것은 업무 과실"이라며 "국회와 주민, 환경부가 참여하는 공동조사단을 구성해 환경영향평가법 제41조에 따라 재평가가 시행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