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시설 응급복구율 49%…인력 3만5천여 명 현장에서 구슬땀
추석연휴 막바지인 12일 제11호 태풍 힌남노에 따른 포항·경주 수해 복구가 이제 겨우 절반수준에 다다랐다. 피해 규모가 워낙 커 일손이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2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제내리 일대는 골목 곳곳이 넘쳐나는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물에 젖은 가구와 가재도구, 상한 음식물, 넘쳐오른 하수구 등으로 인해 악취도 흘러나왔다.
지난 5~6일 태풍 힌남노는 이곳 마을에 453㎜의 비를 뿌리고 지나갔다. 6일 오전 1~6시에만 338㎜의 비 폭탄이 쏟아졌다. 1천135가구, 2천1명이 사는 제내리에서 90% 이상 침수 피해가 나왔다.
포항시에 따르면 이곳 일대에서만 물에 젖어 못 쓰는 생활쓰레기가 약 1만 톤(t)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배수로와 하수구도 준설하고 복구해야 한다. 해병대원과 포항시 공무원, 전국 각지 자원봉사자들이 추석 연휴까지 수일 째 폐기물을 나르고 치웠지만 노력이 무색할 지경이다.
주변 마을 약 80가구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마을이 둑보다 낮은 곳에 있던데다 대송면을 지나는 지방하천 칠성천 등 여러 소하천이 범람하거나 둑이 무너진 영향이다.
경북도와 포항시, 경주시 등은 연휴 마지막 날인 이날에도 피해 복구에 힘 쏟았다. 당국은 전날까지 피해시설 8천16곳 중 3천933곳에 대한 응급복구를 마쳐 복구율 49%를 기록했다.
도와 포항시, 경주시 등은 재난구호기금 10억2천만원과 경북도 재난관리기금 5억원, 특별교부세 40억원 등을 긴급 지원해 복구에 나섰다.
이날까지 도로와 하천·상하수도 등 공공시설 1천461곳 중 1천315곳 응급복구를 마쳤다. 주택과 상가·공장 등 사유 시설은 6천555곳 중 2천618곳 응급복구가 완료됐다. 정전 1만9천563가구와 상수도 단수 3만5천300가구는 각각 99.9%, 99.2% 복구됐다.
그간 공무원 6천여명, 군인 1만8천여명, 자원봉사자 6천600여명 등 3만5천여명이 피해 현장에서 복구 작업을 펼쳤다.
권기창 안동시장도 지난 8일에 이어 이날 역시 안동 지역 공무원 및 자원봉사자 300여 명과 함께 경주시 내남면, 진현동 일대 산사태 피해 복구를 도왔다. 안동시에서 보낸 살수차와 굴삭기, 덤프트럭 등도 복구에 힘을 보탰다.
이들 지역은 인근 하천이 범람하며 가옥이 침수되고 산사태로 토사가 밀려와 큰 피해를 입은 곳들이다.
안동시 봉사자들은 구역별로 조를 나눠 도로변과 집안 곳곳에 들어찬 토사를 물청소하고, 침수된 가구 등을 들어냈다. 오염된 벽지를 뜯고 가재도구를 씻고, 부유물 등 쓰레기도 수거했다.
권기창 안동시장은 "수마가 할퀴고 간 생채기가 하루빨리 아물 수 있도록 경북 도내 이웃으로서 상부상조의 정신을 다하겠다. 생활터전을 잃으신 분들이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빠른 시일 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복구 활동에 가용한 인력과 장비를 모두 투입하겠다"고 했다.
권 시장은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바쁜 생업을 제쳐두고 자발적으로 경주 현장으로 달려와 봉사활동에 임해준 사회단체 봉사자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말씀을 전한다"고 했다.
이에 주낙영 경주시장이 복구현장에 있던 권 시장에게 "복구 인력과 장비 지원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인사하기도 했다.
시설 피해야 시간과 돈을 들여 복구하면 된다지만, 돌이킬 수 없는 인명피해도 나온 데다 집을 잃은 이재민들도 넘쳐나니 지역민들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지하주차장 침수와 급류, 매몰 등으로 포항과 경주에서 십수 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이재민도 1천여 가구, 1천490여 명이 발생했다. 최근까지 817가구, 1천250여 명이 귀가했으나 나머지 이재민은 여전히 마을회관, 주민센터 등에서 생활한다.
이에 도와 시·군은 이재민을 위한 급식 차량 20대와 응급구호 물품 1천880여 세트를 운영·배부했다. 도내 및 전국 기관들도 구호 키트, 의류, 비상식량, 생수 등을 지원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오후 포항과 경주 피해 주민들을 만나 위로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지난 11일에도 경주 진현동과 포항 장기면 하천 범람 피해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둘러보고 시장·지역 국회의원, 관계 기관장 등과 피해대책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연휴 중에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방문해 피해상황을 보고 받고 울산시 등으로부터 대용량 배수펌프 등 복구 장비를 빌려 지원했다.
경북도는 대구 관세청에다 포스코에 대한 무역관세 및 부가세 납기 연장 등 등 도움을 요청해 긍정적 답변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지방의 소하천들이 비만 오면 넘치는 일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번 계기로 지방하천과 소하천에 대한 관리계획을 마련하고 근본 처방을 준비하겠다"며 "포항과 경주를 지원하기 위해 도와준 지역 21개 시군과 타시도, 군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국민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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