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새 술은 새 부대에…" 與 비대위원장직 고사

입력 2022-09-06 17:08:03 수정 2022-09-06 21:56:28

국면 전환용 새간판 필요성 공감…민주당 출신 박주선, 유력후보로 떠올라
법원과 맞서는 모습 털어내고 국민대통합 이미지로 국면 전환 시도
이르면 7일 오후 비대위원장 인선결과 발표 예정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추진하는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추진하는 '새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6일 공식 출범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를 이끌었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구갑)이 새롭게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직을 고사함에 따라 호남 4선 중진 출신의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는데 제동을 걸었던 법원과 정면으로 맞서는 상황을 피하면서도 국민대통합과 외부 인사에 의한 당 쇄신작업을 강조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여당이 민족 대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집권당 내홍에 실망한 민심을 보듬기 위해 '정면 돌파'보다는 '돌아가는 길'을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 의원은 6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에 새로 출범하는 비대위는 새로운 분이 맡아서 새 기분으로 시작하는 것이 맞다"며 "당으로부터 다시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좋겠다는 취지에서 훨씬 더 좋은 분을 모시는 게 좋겠다는 뜻을 당에 건의드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저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이 떨어지고 난 후 우리 당은 새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결의했고 그 단계부터 제가 다시 맞는 것이 좋은지 안 좋은지를 고민해 왔다"고 결심을 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거취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상의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상의한 적 없다'고 답했다.

후임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해선 '의견을 낸 적이 없다'면서도 "(일반론적으로) 우리 당도 잘 알고 또 국민적 신망도 있는 분이 좋을 텐데 구체적으로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의원들이나 당원들과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서 발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내에선 지도체제 전환과정에서 법원 발(發) 돌발상황이 다시 돌출할 수 있는 여지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국면전환의 계기를 만들기 위해 주 의원이 물러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법원이 본안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직무를 정지한 비대위원장을 다시 기용하면서까지 법원과 맞서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일 필요가 없고 법원의 추가적인 판결로 당이 또 다시 상처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며 "지루하게 끌어 온 집권당 내홍과 관련한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당의 '새 간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 의원이 물러나자 후임으로 호남에서 4선 국회의원을 지낸 박 전 부의장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월 23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고 김대중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기 위해 전남 목포시 목포연안여객터미널 부두에서 배에 오르기에 앞서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2월 23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고 김대중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기 위해 전남 목포시 목포연안여객터미널 부두에서 배에 오르기에 앞서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출신인 박 전 부의장은 지난 대통령선거 당내 경선 과정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뒤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을 지냈고 동서화합미래위원장까지 맡아 윤 대통령의 '서진 전략'을 뒷받침했다.

당내에선 박 전 부의장을 발탁할 경우 국민통합과 지역화합의 상징성이 부각되면서 내홍 국면을 탈출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부의장이 호남 기반의 정당 소속으로 정치활동을 해 왔다는 점에서 당의 텃밭인 영남에서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새 비대위의 역할이 '관리형'을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르면 7일 오후 차기 비대위원장 인선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