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경제] 'MZ 산린이' 사로잡은 등산복…아웃도어 매출도 정상 향해

입력 2022-09-01 14:18:46 수정 2022-09-01 20:04:49

경주 동대봉산 무장봉 억새 군락지의 모습. 매일신문 DB

사진 출처 pxhere.
경주 동대봉산 무장봉 억새 군락지의 모습. 매일신문 DB

금융권 종사자 이호정(29) 씨는 최근 회사 복지포인트로 등산복과 등산화를 구매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가 새로운 건강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골프나 테니스 중에서 취미를 가져볼까 고민하다가 언제든 혼자서 훌쩍 떠날 수 있는 등산에 입문하기로 한 것이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등산이다. 수많은 '골린이'('골프'와 '어린이'의 합성어, 초보 골퍼)를 낳은 MZ세대가 골프에서 등산으로 눈을 돌리면서 등산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산린이'가 15만1천여건, '#등산' 505만여건, '#등산스타그램' 136만여건, '#등산복패션' 9만8천여건, '#등산하는여자' 22만8천여건 '#등산그램' 14만1천여건 등 등산 관련 게시물이 687만개를 넘어선다.

유튜브에서도 등산 콘텐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구독자 139만명을 거느리는 개그 채널 '피식대학'은 지난해부터 '한사랑산악회'라는 콘텐츠를 꾸준히 올리고 있다. 배우 이시영도 유튜브 채널 '땀나는티비'를 열고 직접 등산을 하는 콘텐츠를 편집해 올리고 있다.

이처럼 젊은 층을 중심으로 산을 오르고, 정상에서 인증 샷을 남기는 새로운 취미 문화가 형성되면서 등산복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그동안 중장년 '패션 테러리스트'들의 아이템으로 불리던 등산복이 MZ 세대를 홀리는 힙한 패션으로 변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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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프코어 인기에 백화점 아웃도어 매출 쑥쑥

30일 대구신세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세계백화점 대구점 아웃도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늘었다. 이 같은 아웃도어 매출 신장은 대구신세계만의 상황이 아닌 전국적인 추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파, 노스페이스, 디스커버리, 밀레, 블랙야크, 아이더, 컬럼비아, 케이투, 코오롱스포츠(이상 가나다 순) 등 9개 브랜드의 상반기 매출 실적을 보면 평균 23%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20% 가까이 성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초호황이다.

대구신세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는 매출 현황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등산복 시장이 활황임을 체감할 정도"라면서 "골프가 장비 마련이나 연습 등을 이유로 진입 장벽이 있지만 등산은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게다가 과거에는 아웃도어가 누가 봐도 등산복일 정도 디자인에 기능성만 강조했지만, 최근에는 '고프코어'(아웃도어 의류를 뜻하는 고프와 평범한 스타일을 의미하는 놈코어가 합쳐진 말)라는 말에서 보듯 일상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세련된 스타일로 진화하면서 2030세대에게 인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최근 등산복 시장의 트렌드는 '등산복스럽지 않은 등산복'이다. 형광색 디자인에서 벗어나 산이 아닌 도심에서 일상복으로 입어도 무방한 제품이 선호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출이 줄어들고,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원마일웨어'가 패션 트렌드로 떠올랐던 흐름의 연장선인 셈이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에서 디스커버리, 내셔널지오그래픽, 파타고니아 등 일상생활에서도 착용 가능한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를 앞세운 브랜드의 매출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이후(5월 1일~8월 21일) 70% 이상 증가, 전체 아웃도어 매출 신장률을 크게 웃돌았다. 이들 브랜드 구매 고객 3명 중 1명은 2030세대인 것으로 분석됐다.

◆패션업계도 트렌드 반영…MZ 타깃 라인 출시

유통과 패션업계도 이 같은 MZ세대 트렌드를 반영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당장 롯데백화점은 가을 산행 시즌을 앞두고 2030 세대를 주 타깃층으로 잡은 아웃도어 브랜드 '오프로드'를 단독 출시, 롯데백화점 수원점을 시작으로 잠실점, 울산점, 인천점, 동탄점, 부산본점 등 전국 6개 점에서 선보인다.

여기에 개별 브랜드에서도 MZ세대를 겨냥, 야외 활동과 동시에 오피스룩으로도 손색없는 편안한 디자인의 아웃도어 의류를 속속 내놓고 있다.

K2에선 최근 전속 모델 수지와 함께한 2022 가을·겨울 화보를 공개했는데 '일상 기록(로그·LOG)'을 주제로 한 화보에서 일상의 여유로운 분위기와 야외의 활기찬 모습 등 두 가지 모습의 아웃도어 패션을 선보였다. 특히 주력 제품군은 비숑 리버시블 다운의 경우 핸드메이드 원단 해리스 트위드를 적용해 일상복 활용도를 높였음을 강조했다.

노스페이스도 가을 신제품 '노벨티 에코 고어텍스 마운틴 재킷'을 내놓으면서 아웃도어 활동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패션 아이템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블랙야크가 다음 달 12일까지 선 판매하는 마카롱 플리스 역시 내구성이 좋은 코듀라 소재 적용 등으로 아웃도어 활동용이나 후드 스타일로 일상 외출복 겸용이다.

또한 정통 아웃도어 브랜드는 아니지만 뉴발란스도 아웃도어 슈즈와 뮬을 결합한 'CRV 뮬 SD3205'를 신제품으로 출시했다. 슈레이스 방식으로 피팅조절이 가능하고 견고한 소재와 미끄럼 방지 고무로 이뤄진 밑창이 적용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지나오면서 실내에 모여서 하는 운동보다는 등산이나 캠핑 등 바깥에서 소규모로 즐기는 활동이 그나마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게다가 등산은 멋진 자연 풍경을 만끽하면서 어마어마한 운동량을 보장하므로 MZ세대의 헬시플레저에 딱 맞는 여가 활동"이라면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차림이 오히려 멋스럽다는 MZ세대의 인식이 아웃도어에 결합돼 기능을 갖추되 자연스러운 디자인으로 하나의 트렌드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