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이재명 개딸 팬덤 벗어나야, 낮은 투표율은 압도적 외면"

이재명 대표 득표율 77.77% '압도적 지지'로 읽지 않기를
권리당원 투표율 37% '압도적 외면'으로 읽어야

지난 6월 1일 당시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발표 방송을 지켜보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페이스북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랜만에 페이스북에 글을 써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출 및 전당대회와 관련해 언급했다.

'압도적 지지로 읽을 것인가, 압도적 외면으로 읽을 것인가'라는 제목을 달아 이재명 대표가 77.77%의 '신기록' 득표율로 당선된 점과 이번 전당대회 권리당원 투표율이 37.09%로 저조했던 점을 동시에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신임 대표에 대한 조언과 제안을 전했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30일 오후 11시 41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은 제목의 장문의 글을 올렸다.

이는 지난 7월 23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 관련 글을 쓴 후 한달여 만이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이재명 당 대표와 최고위원에 당선된 분들께 축하인사를 드린다"면서도 "전당대회를 지켜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던 것은 저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이미 지방선거 때부터 당 대표는 이재명 의원이었고, 이번 전당대회는 그저 사실혼을 법률혼으로 확인한 것에 불과해 감동도 없었다"고 감상을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아쉬운 건 이재명 체제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진 세력은 침묵하거나 배제되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세대 간 치열한 대결도, 정책과 비전 경쟁도 없는 '이재명 추대대회'는 국민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면서 "권리당원 투표율은 37%로 매우 낮았고, 호남의 온라인 투표율은 19%에 불과했다"고 이유를 들었다.

또 "586을 이을 새로운 정치세력도 키우지 못했다. 97세대의 도전은 말로 시작해서 말로 끝났을 뿐"이라며 "무슨 가치를 추구하는지, 나이 말고 586세대와 뭐가 다른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파티는 끝났다. 지금부터 냉정한 평가의 시작이다. 국민의 삶을 위해 쇄신도 개혁도 기필코 성공해야 한다"면서 "이재명 대표는 이기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기기 위해서는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진정한 변화는 진정한 반성과 성찰에서 시작한다.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이 무엇보다 이재명 대표 본인의 (총선)계양(을) 출마 강행에 있었다는 점을 당원과 국민 앞에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이어 일명 '개딸'로 수식되는 이재명 대표의 팬덤을 두고 "벗어나라"고 촉구했다.

그는 "이재명 대표께서는 '국민 속에서' 혁신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약속을 지키려면 이른바 개딸 팬덤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의 대권 지지율은 20%, 전당대회 지지율은 78% 정도이다. 민심과 당심이 무려 4배나 차이가 난다. 이 격차를 좁히지 못하면 집권은 불가하다. 전당대회도 끝났으니 이제는 팬덤의 좁은 우물에서 탈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박지현 전 위원장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도 민생이라 했다"고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그러려면, 수사와 민생의 철저한 분리가 필요하다. 정치보복에 입법을 연계하면 민생은 실종될 것이다. 수사와 민생 분리 원칙을 선언하고, 저들이 아무리 탄압해도 민생에만 집중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 국민은 이재명 대표를 지켜 줄 것이고 윤석열 정권도 함부로 보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을 밝혔다.

현재 이재명 대표는 물론 부인 김혜경 씨도 여러 의혹으로 수사 대상으로 몰린 상황을 언급, 이같은 상황을 윤석열 정부의 '탄압'이라고 규정하면서 이에 개의치 않고 이재명 대표가 약속한 민생 정치를 추구하라는 조언이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국민의 삶이 반보라도 전진할 수 있다면 정부 여당에 협력하겠다고도 하셨다"고 이재명 대표가 당선 후 윤석열 대통령에게 밝힌 발언도 인용, "맞다. 언제까지 적대적 공존에 기대서 생산성 제로인 정쟁을 이어갈 수는 없다. 권력싸움에 길을 잃고 헤매는 국민의힘을 이끌고 지원하는 유능한 민주당의 모습을 기대한다"고 바람을 밝혔다.

그는 자신이 속한 영역이기도 한 '청년 정치'를 위한 지원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박지현 전 위원장은 "청년 정치가 스스로 설 수 있는 환경도 필요하다. 순번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세력을 만드는 청년 정치를 지원해야 한다"며 "기후 위기, 차별금지법, 연금개혁, 1인 가구, 인권 사각지대처럼 청년들이 관심 많은 과제들은 청년들이 직접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단위를 당내에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여러 가지 제안 내지는 조언을 밝힌 박지현 전 위원장은 다시 제목에서도 언급한 '압도적 지지'가 가리키는 이재명 대표의 득표율을 가리키며 "솔직히 저는 이재명 대표께서 득표한 77.77%라는 숫자가 두렵다. 이 숫자가 팬덤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독선과 독주를 예비하는 숫자가 아니길 바란다"며 "이 숫자를 '압도적 지지'로 읽지 않기를 바란다. 오히려 권리당원 투표율 37%를 '압도적 외면'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재명 당 대표의 당 개혁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말미에서 그는 "이재명 대표께서는 당원이 원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 하셨다. 당원 박지현의 목소리도 잘 전달되길 바란다"면서 "저는 팬덤 정당이 아닌 국민 정당이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목소리 내겠다. 또 욕을 먹겠지만 지금껏 그래왔듯이 기득권에 아부하지 않고, 할 말을 하는 사람으로 남겠다"고 향후 행보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