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곡군 "6·25 때 지게로 식량·탄약 날랐던 보급로 관광자원화"

입력 2022-08-31 15:55:38 수정 2022-08-31 17:44:27

328고지 '호국평화 지겟길' 개통식
망정1리 주민들 지겟길 2를 탐방로 조성…칠곡군은 탐방로에 매트 깔고 길 정비
민간인이 지게 지고 오르는 모습 알파벳 A 닮아 'A Frame Army'로 불려

칠곡군 호국평화 지겟길 개통식 참석자들이 현판식 후 지겟길 개통을 축하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칠곡군 호국평화 지겟길 개통식 참석자들이 현판식 후 지겟길 개통을 축하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328고지 지겟길을 아십니까?"

6·25전쟁 당시 민간인이 지게로 국군에게 식량과 탄약을 날랐던 지겟길 보급로가 국내 처음 관광자원화 됐다.

경북 칠곡군은 다부동전투 승전(9월 24일) 72주년을 앞두고 31일 석적읍 망정1리 328고지에서 김재욱 칠곡군수와 심청보 군의회 의장, 마을주민 등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호국평화 지겟길 개통식'과 지게 운반 재현 행사를 했다.

이날 김 군수와 심 의장 등은 주먹밥과 탄약 상자를 지게에 지고 72년 전 지게부대원들이 걸었던 산길을 올랐고, 순심여중·고생들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주제곡 등을 연주하며 나라사랑 정신을 되새겼다.

328고지는 6·25전쟁 때 국군과 북한군의 공방으로 주인이 15차례나 바뀐 치열한 전투현장이다. 그때 망정1리 주민 20여 명을 비롯해 민간인들이 지게에 보급품을 지고 이 고지를 오르는 모습이 알파벳 A를 닮아 유엔군은 'A Frame Army'라 불렀다.

328고지를 포함한 다부동 전투에서 국군 1사단과 북한군 3사단은 각각 1만여 명과 1만7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망정1리는 2018년부터 매년 8월 둘째주 일요일 국군과 북한군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이번 호국평화 지겟길 개통도 망정1리 주민들이 지게부대원의 나라사랑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겟길 2㎞를 탐방로로 조성한 것이 계기가 됐다. 주민들은 자비로 지겟길 입구에 높이 3.2m 폭 1.5m의 대형 지게와 현판을 직접 제작·설치했고, 탐방로 쉼터도 조성했다. 바위에 새겨진 탄흔을 표시하는 안내판은 조만간 설치 예정이다. 칠곡군은 탐방로에 매트를 깔고 길을 정비해 주민들의 숭고한 뜻에 힘을 보탰다.

윤병규 망정1리 이장은 "지게부대원을 비롯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산화한 호국영령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와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만큼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고 기릴 것"이라고 했다.

김재욱 군수는 "이름도 군번도 없는 지게부대원들은 보급품 전달을 마치고 고지를 내려올 때는 부상병을 실어 야전병원에 보내기도 했다"며, "국내에서 하나뿐인 호국과 평화를 테마로 한 지겟길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