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까지 달러화 강세, 환율 1400원까지 오를 수도…지역 제조업 83% 대응책 없다

입력 2022-08-24 17:05:47 수정 2022-08-25 02:24:26

기계·섬유·차부품 업체 수입 비용 증가 부담 커
전기전자는 환올 상승 유리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 농산물수급종합상황실에서 열린 거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aT센터 농산물수급종합상황실에서 열린 거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달러 환율이 24일 전날보다 3.4원 내린 달러당 1천342.1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전날 종가보다 하락한 것은 지난 12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그럼에도 경제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가 연말까지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전자전기를 제외한 대구경북 산업군에 기나긴 '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9일부터 전날까지 3거래일 연속으로 장중 연고점을 경신하며 고공 행진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달러화 강세가 일부 누그러진 점을 반영해 1천339.5원에서 개장했다. 미국의 경제 지표가 예상치를 밑돈 탓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에 이어 이날 환율 안정 의지를 피력하면서 1천344.5원까지 오르던 환율이 진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환율이 1천350원 이상 수준으로 올라서는 걸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KB증권이 이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외환시장이 연말까지 안정을 찾기 어렵다며 4분기 예상 평균 원·달러 환율을 애초 1천320원에서 1천350원으로 상향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환율 1차 저항선을 1천350원으로 보고, 1차 저항선이 무너지면 금세 2차 저항선인 1천380원을 넘어 1천400원대까지 뚫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통적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인 대구경북 경제계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장에서는 환율 상승세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가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충격파가 한창이던 지난 6월 대구경북 211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환율 상승 관련 질문에 '수입비용 부담 증대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답한 경우(43.1%)가 '수출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져 도움이 된다'는 답변(13.3%)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특히 기계장비(48.0%), 섬유(46.2%), 자동차 부품(36.9%), 1차금속 및 금속가공(35.7%) 등에서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비용 부담이 더 크다는 업체가 많았다. 전기전자 분야에서는 36.4% 업체가 환율 상승이 더 유리하다고 했다.

문제는 개방형 통상국가인 한국에서 환율은 수출과 수입, 물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경제지표임에도 지역 제조업체들이 투자, 수출, 수입 등 거래 시 환율 변동에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한은 조사에서 옵션이나 환율변동보험 등으로 대응하는 지역 기업은 16.3%에 불과했다. 무려 83.7%는 환헤지에 손을 놓은 것.

이와 관련해 대구은행 관계자는 "2008년에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미국발 금융 위기 여파로 환율이 급격히 치솟으며 국내 919개 기업이 피해를 봤고 그 금액만 3조1천588억원에 달했다. 이러한 전례에도 지역 기업 대다수가 환율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역 산업계가 다른데 신경 쓸 여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