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기업인!] <7>양승재 삼화식품 대표

입력 2022-08-24 15:10:18 수정 2022-08-24 20:18:04

만능간장 등 제품 다각화, 치킨사업·간편식에도 도전
보육원 출신 청년 10여 명에게 매달 50만원씩 지원…장학재단 설립도 준비 중
“지역기업에서 전국구기업으로 도약, 삼화 제2의 전성기 만들 것”

양승재 삼화식품 대표가 23일 대구 달서구 갈산동 삼화식품 본사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양승재 삼화식품 대표가 23일 대구 달서구 갈산동 삼화식품 본사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삼화식품은 양승재 대표의 할아버지인 양우식 회장이 지난 1953년 대구에서 창업해 올해로 69주년을 맞은 지역 대표 식품기업이다. 아버지 양병탁 회장에 이어 3세 경영을 맡고 있는 양승재 대표는 삼화식품을 지역 기업에서 전국구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도약의 방법으로 삼화식품은 최근 요리 종류에 상관없이 쓸 수 있는 '만능간장'을 필두로 기존 장류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가 하면, 치킨 프랜차이즈 사업에도 뛰어들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사회공헌의 가치를 실현하려 장학재단 설립과 보육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대구 성서공단 삼화식품 본사에서 양 대표를 만났다.

-삼화식품은 어떤 기업인가?

▶예전부터 양조장을 한 집안이다. 술과 간장은 발효라는 공통점이 있다. 선대께서 생각하시기로 일본은 메이지유신 때 이미 집에서 장을 담그는 문화가 없어졌는데, 당시 우리나라는 여전히 집집마다 장을 담가 먹었다. 우리나라도 위생적인 장을 만들고 원활한 공급을 하려면 결국 장을 만드는 공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창업의 아이디어가 됐다. 처음에는 가정에서 수요가 없어서 군납부터 시작했다. 이후 1980년대 들어 시중 판매에 뛰어들어 지금까지 해오고 있다.

-장(醬)이라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음식의 맛은 결국 장이 결정짓는다. 한국음식 치고 장이 안 들어간 요리를 찾기 어렵다. 한국음식은 장맛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맛집과 그저 그런 식당을 가르는 기준도 결국은 장이다. 어떤 장을 얼마나 쓰느냐에 따라 음식의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장은 그만큼 중요하고 음식의 기본이 되는 재료다.

-삼화식품의 최근 근황은 어떻게 되나?

▶그동안은 지역 판매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본격적으로 전국 판매에 나선 상황이다. 출시 1주년이 된 만능간장의 판매 비중은 수도권이 60%를 차지한다. 지금까지는 사실 지역 판매 매출로 회사 경영에 큰 무리가 없으니 욕심을 안 냈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회사가 뜻밖의 위기를 겪은 뒤 사법 리스크를 모두 털어냈다. 오히려 이를 전화위복으로 삼아 성장의 계기로 만들자는 다짐을 했다. 이런 노력으로 최근 1년 사이에 회사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고 수도권 대형마트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국내 선두업체 S사나 H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목표도 세웠다.

-치킨 프랜차이즈 '아라치'를 론칭했다.

▶계열사 삼화F&C를 통해 올해 초부터 아라치 가맹점을 모집해 현재 전국적으로 60개가 넘는 가맹점이 모였다. 가맹점 모집 속도가 워낙 빨라 연말이면 100호점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국내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중 삼화의 간장을 쓰는 곳이 많다. 다른 제조업체의 간장을 쓰다가 맛이 나지 않으니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치킨의 2가지 구성요소라고 하면 닭과 소스인데, 소스에서 삼화만의 노하우가 있으니 우리가 직접 치킨사업을 해보자는 뜻에서 시작했다. 닭은 몰라도 소스는 우리 제품을 쓰니 다른 제품보다 조금이라도 가격을 낮출 수 있어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가맹점주 입장에서도 삼화라는 본사가 탄탄하게 버틸 수 있으니 프랜차이즈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가맹점 모집이 이처럼 빠른 이유도 본사에 대한 믿음에서 나오는 것 같다.

-또 다른 신사업 계획이 있는가?

▶오는 10월 간편식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가칭 '요리엔 삼화'라는 브랜드로 삼화의 간장, 고추장, 된장을 활용한 즉석식품과 밀키트를 내놓을 예정이다. 장으로 탄탄하게 다져온 기반을 활용해 성장 중인 간편식 시장에도 도전하는 것이다. 요리엔 삼화와 아라치 치킨 모두 해외 판매도 염두에 두고 절차를 밟고 있다. 특히 아라치는 최근 미국 측에서 현지법인 설립 제안을 받아 조만간 협의할 계획이다.

양승재 삼화식품 대표가 23일 대구 달서구 갈산동 삼화식품 본사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양승재 삼화식품 대표가 23일 대구 달서구 갈산동 삼화식품 본사에서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고용도 계속해서 늘 것 같다.

▶최근 사업을 확장하며 고용인원이 10% 정도 늘었다. 본사 내 새로운 소스설비도 지난 6월 완공했고, 서울사무소 역할도 커져 고용은 더 늘 것 같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지역에서 인재를 채용하기가 마음처럼 쉽지는 않다. 그럼에도 10명 중 7명 정도는 지역인재를 채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장학재단 설립 계획을 밝혔고, 보육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사업을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수준이 되면 나누는 것이 기쁨이란 것을 최근 들어 많이 느꼈다. 아내인 박현희 부사장과 함께 지난해부터는 보육원 보호종료 청년들에게 1년째 매월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다. 한 보육원 출신 대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같은 보육원 생활을 했던 친구들이 어렵게 장례를 치러줬다는 보도를 보고 아내가 직접 언론사에 전화해 수소문했고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도 보육원 출신 대학생이 생을 마감했다는 보도가 있어 그 주변이라도 도울 방법을 찾고 있다. 지원대상을 계속해서 늘릴 생각이다. 장학재단 출범은 절차상의 이유로 미뤄졌는데 내년쯤에는 공식적으로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장학재단이 출범하면 지금처럼 개인적인 도움보다 전문적인 방법으로 나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지역기업들이 고물과, 고환율, 고금리 등 삼중고에 처해 있다. 어떻게 헤쳐나가야 한다고 보는지?

▶원재료 가격은 오르고 제품 가격에는 반영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은 새로운 블루오션을 찾아야 한다. 기업을 하다 보면 이런 위기를 겪을 때가 수도 없이 많다. 그럴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내실을 다시고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기업인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되 법적인 테두리를 벗어나 탐욕을 부리면 사고가 터지는 것 같다. 오너로서 막중한 책임을 항상 생각하고 스스로가 회사의 얼굴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는 게 중요하다. 물론 본인이 기업인인지라 때로는 기업인이 받는 사회적인 잣대가 과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결론적으로 기업인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서는 돈을 깨끗하게 벌고 잘 써야 한다. 이익 추구의 가치와 함께 나눔과 사회 기여의 가치도 항상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면?

▶최근에는 딱히 없는데 과거에는 야구를 정말 좋아했다. 야구장을 자주 찾았고 한국시리즈가 대구에서 열리면 꼭 방문했다. 자녀들이 시험기간인데 집에서 야구 중계를 보다가 아내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경영철학이 무엇인가?

▶신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건을 파는데, 믿음을 저버리면 안 된다. 이윤도 중요하지만 다 같이 공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납품처나 소비자 등 삼화의 제품을 믿고 사용하는 모든 분에게 신뢰를 지키는 것이 기본이자 핵심이다.

-앞으로의 인생계획이 있다면?

▶일을 하면 몇 년 더할까 싶다. 어느 정도 하고 나면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봉사도 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다. 지금까지는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앞으로는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스스로를 돌보고 주변에 베푸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