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방의 힘으로 새 대한민국을 

입력 2022-09-06 17:58:15 수정 2022-09-06 19:38:41

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장
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장

말뫼의 눈물로 유명한 스웨덴 말뫼를 다시 유럽의 가장 젊은 도시 중 하나로 만든 것은 바로 스타트업이었다. 미국의 포틀랜드를 활기찬 도시, 문화가 있는 도시로 만든 것은 'Keep Portland Weird'로 대표되는 메이커스였다. 메이커스는 우리말로는 로컬 크리에이터, 즉 지역 가치 기반 창업자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인 창업이 배달의민족이나 마켓컬리처럼 고객의 가치를 혁신한다면, 로컬 크리에이터는 양양을 서퍼의 성지로 만든 서퍼비치처럼 지역 가치에 기반한 창업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두 가지를 고객 가치 기반 창업, 지역 가치 기반 창업으로 나누고 싶다.

그러나 이런 비즈니스 모델과 출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창업이 말뫼, 포틀랜드의 사례처럼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 지방 활성화의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특히 ME, ME, ME세대로 불리는 MZ세대들은 대기업보다는 내가 주인공이 되고 성장하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창업과 같은 창조 커뮤니티 활성화는 바로 그들의 요구에 대한 답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금 지방은 창업의 불모지로 바뀌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2021년 기준 창업 기업 비율은 60대 40 정도인데, 투자 금액은 81대 18로 차이가 나고, 아기 유니콘 100곳 중 88곳이, 예비 유니콘 57곳 중 50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떻게 지방에 창업을 활성화할 것인가.

첫째는 지방을 스케일업의 성지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 벤처 생태계는 스케일업보다는 스타트업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그러나 속도와 규모로 대변되는 글로벌 경쟁의 측면에서도, 고용과 지역 경제의 임팩트를 위해서도 스케일업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하다. 현재 벤처 캐피털의 91.3%는 수도권에 있다. 법인세율 인하와 같은 세제 혜택 및 지방 전용 펀드, 펀드 신청 시 지방에 가산점을 주는 차별적 인센티브 등을 통해 그들을 지방에 내려오게 하고, 무엇보다 지방에서 건당 투자 규모가 전국 평균을 앞지르는 대규모 투자가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는 지방을 딥테크(Deep Tech) 기업들의 성장을 위한 테스트 베드로 만들어야 한다. 딥테크 기업들은 검증과 실증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 혁신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에 역량이 부족한 지방의 중소기업과 딥테크 스타트업들 간 협업과 M&A를 촉진할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셋째는 정주 여건의 개선이다. 지금 MZ세대는 먼저 살 곳을 정하고 일자리를 찾는 세대이다. 말뫼도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이 친환경 도시의 비전을 만들고 주거 환경을 개선한 일이다. 특히 문화의 다양성과 관련해서는 로컬 크리에이터의 양성도 필요하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본인들의 지향과 라이프 스타일을 비즈니스화함으로써 본질적으로 다양성을 통해 지역에 재미와 특색을 더하기 때문이다.

우리 창업 생태계의 큰 문제 중 하나는 양극화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지방과 수도권, 스타트업과 스케일업, O2O 플랫폼 스타트업과 딥테크 스타트업 간의 양극화가 그것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제조업 중심의 대기업 주도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면, 이제 4만 달러, 5만 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나 양극화 해결 없이는 어떤 것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방을 스케일업의 성지로, 딥테크 기업의 테스트 베드로 만들어 지속 가능한 혁신 생태계를 만들 때만이 대한민국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