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미분양 물량은 전국에서 1등이다. 7월말 기준 7천500가구를 기록하며, 조만간 1만가구를 돌파할 듯하다. 올해 7월까지 분양한 19개 단지 중 청약률 1대 1을 채운 단지는 단 두 곳에 지나지 않는다. 17개 단지는 아주 저조한 청약률에 초기 계약률 또한 참담한 실정이다. 여기에 미분양으로 눈치 보기를 하던 건설사들의 밀어내기 공급은 내년까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대구경북연구원'은 대구의 적정 입주 물량을 1만2천500가구로 추산하는데 3년 간(2022~2024년) 입주 물량은 7만8천가구로, 적정 입주 물량 3만7천500가구의 2배 이상 초과 공급 상태다. 이 수치에는 아파트의 대체재로 보는 주거용 오피스텔의 입주 물량은 포함되지 않았는데, 이 물량까지 합산하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더군다나 지난해부터 팔려고 내놓은 기존 주택 물량은 거래되지 않은 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기 위해 나온 물건, 가격이 하락하기 전에 팔려고 내놓은 물건, 다주택자의 처분 물건까지…. 물량은 넘쳐나고 가격은 하락하고 있지만, 거래는 절벽이다. 대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2020년 월평균 4천280건이었던 것이 22년 6월 현재 월평균 950건으로 78% 감소했다.
이대로 내버려 두면 거래절벽 속에 급매물이 속출하며 가격은 더욱 하락할 것이다. 물가 인상에 금리 상승까지 떠안게 되는 수요자는 서둘러 구매할 이유가 없고, 바닥을 알 수 없으니 더 기다리기만 할 뿐 매수하지 않게 된다.
지역의 부동산 붕괴는 시간이 지나면 지역경제 손실로 확대돼 산업과 금융에 이르기까지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시점이다. 초과 공급된 물량을 LH를 통해 정부에서 매입하고, 대구도시공사를 통해 대구시가 모두 매입해 비축한 뒤 이를 신혼부부·청년에게 저렴하게 임대한다면 주택시장 안정으로 이어지겠지만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지역사회에서의 공급 과잉은 정말 해결책이 없는 걸까? 분양 현장에서 IMF와 금융위기를 겪어낸 필자의 소견으로 그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초과 공급물량을 정부에서 비축할 수 없다면 민간에서 비축해 임대시장으로 전환하면 된다. 지금 주택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부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매입하면 다주택자가 된다. 지난 정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주택자는 우리 사회에서 손가락질의 대상이었다. 이제는 이들에게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
첫째, 취득세 중과세를 폐지하자. 거래세금을 낮춰야 거래가 활성화된다. 세금은 매매가격에 전가돼 오히려 가격 상승의 빌미를 제공하고 거래는 감소한다.
둘째, 아파트 임대사업자 등록제를 부활하자. 2020년부터 신규 주택임대사업자를 금지하고 있는데, 임대사업자가 매입한다고 여러 곳에 거주할 수는 없다. 정부가 확충하지 못하는 임대공급 시장을 대신할 수 있는 곳이 민간임대사업자 제도이다.
셋째,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제도를 부활하자. 예전처럼 원금에 대해 1년 거치, 3년 거치 기간을 둬 이후부터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방식이다. 집값이 2배, 3배 오른 상황에서 원리금 즉시 상환은 매수자에게 너무 큰 부담이다.
넷째, 다주택자의 대출 건수를 완화하자. 신용대출도 아니고, 확실한 담보를 제공하는 데도 건수를 제한하는 것은 자유 시장 체제와도 맞지 않다.
다섯째, 대구를 '청약위축지역'으로 지정하자. 위축지역으로 지정되면 1순위 청약 자격이 대구 거주자에서 전국 단위로 확대되며, 분양권 전매 제한도 해제된다. 외지의 수요를 끌어와서라도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고 임대시장을 활성화하자.
위축지역 지정 시 제기되는 문제점은 외지 투자자가 돈 벌고, 부유한 사람이 더욱 부유하게 된다는 가설이다.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정부에서 비축하면 괜찮고 민간에서 비축해 임대로 돌리면 큰 문제가 되는가?
투자자가 추후 팔게 되면 이익을 얻는다는 것인데, 시장원리에 따라 손해도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수익 부분은 장기간 임대 시 양도소득세 감면율을 차등 적용한다면 합리적이 될 것이다.
결국 대구 주택시장을 연착륙시키기 위해서는 규제를 완화하고 다주택자에게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 전 국민이 주택을 100% 소유할 수 없는 만큼 민간이 비축하고 임대시장으로 전환하면 임대가격이 안정되면서 주택가격도 안정될 것이다.
비축 물량이 많아지면 급격한 가격 등락은 사라지게 되고, 미래세대는 40~50년 대출을 상환하면서까지 굳이 비싼 주택을 살 이유도 없을 것이다. 추락하는 대구의 경제를 막기 위해 주택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송원배 대구경북부동산분석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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