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수요 폭증에 오래된 청사 건물 '감당 불가'
외부 사무실 임차해 옮겨가는 부서 점점 늘어나
업무 비효율에다 임차 비용 문제까지 골칫거리
이전 시도해도 예산 부족·주민 반대 첩첩산중
민원이 있다면 별다른 고민 없이 구청이나 시청 담당 부서를 찾던 편리한 시절은 이미 지난 지 오래다. 본청에서 밀려나 외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 대구에서만 이미 수백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멀어진 거리만큼 업무 효율도 떨어진 탓에 공직사회에선 '학교 밖 청소년'에 빗댄 '청사 밖 공무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오가지만 예산을 비롯한 현실적 여건이 청사 이전을 주저하게 만든다.
◆ 대구 '청사 밖 공무원' 1천360명
22일 매일신문이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대구시와 8개 구·군청의 임차 사무실 현황을 취합한 결과에 따르면, 공간 부족으로 민간 또는 다른 공공기관 소유 사무실을 빌려 근무하는 공무원만 1천36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 전체 공무원(1만3천562명·2020년 기준)의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는 대구시와 달성군청이 두고 있는 서울사무소는 물론, 행정복지센터 건립을 기다리며 임차한 임시 청사에서 근무하는 인원들은 모두 제외한 수치다. 만약 이들을 포함할 경우 본 청사에서 근무하지 못하는 직원들만 1천500여명에 달한다.
과거 동인동 청사 인근 곳곳에서 더부살이했던 대구시는 산격청사에 1천 명이 넘는 인원이 들어가면서 숨통이 트였다. 다만 대구시의회는 시의원 수 증가에 따라 인근 건물을 추가로 임차했고, 입법·홍보담당관실 27명이 근무 장소를 옮겼다.
각 구·군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남구청은 시장경제과와 공원녹지과를 외부 사무실로 내보냈고, 동구청은 문화체육과와 관광과, 식품산업과 등을 외부 사무실로 옮겼다. 수성구청은 아예 도보 12분 거리인 만촌동의 한 건물 2개 층을 빌려 '만촌별관'으로 이름 지은 뒤 문화예술과와 관광과, 자원순환과 등 6개 과를 이전했다.

◆업무 비효율에 예산 낭비 지적도
공직사회에선 이들 부서가 대부분 행정 실무를 담당하는 중요한 부서인데다, 일부는 각 국의 주무부서라는 점에서 업무 비효율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성구청 만촌별관 한 직원은 "국장과 주무부서가 서로 다른 장소에서 근무하니 금방 해결할 수 있는 업무도 수 차례 전화를 해야 하고, 제출해야 하는 각종 서류를 들고 본청과 별관을 오가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당장 현재 진행 중인 을지훈련 과정에서도 수시로 문서가 오가는데, 수십 장이면 다행이지만 수백 장이 넘어가거나 책자 형태인 경우도 많아 매일 골칫거리"라고 하소연했다.
임차 비용 문제도 논란거리다. 서울사무소와 행정복지센터 임시 청사 등을 제외하고도 대구시와 8개 구·군청이 매달 지출하는 외부 청사 임차료만 6천686만원에 이른다.
같은 공공기관 소유 사무실을 빌릴 경우에는 무상으로 임차하거나 시세보다 저렴하게 쓸 수 있지만 민간 사무실을 임차해 고액의 임차료를 내야 하는 경우도 많아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 해결법 '청사 이전·신축'뿐
각 기관들은 사무실 공간을 더 좁히거나 개보수하고, 남는 부지에 소규모 별관을 신축하는 등 궁여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물리적인 공간 부족을 벗어날 수 없어 뾰족한 해결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청사를 옮기거나 현 부지에 확장 신축하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일찌감치 신청사 이전에 착수한 대구시는 청사 이전이 가장 구체화돼있다. 지난 3월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투자심사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 설계 공모를 앞뒀다. 당초 올해 하반기에 설계 공모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청사건립기금 폐지와 공공건축심의 등 남은 절차가 많아 다소 미뤄졌다.
수성구청도 지난해 4월 실시한 신청사 기본구상 용역 결과를 토대로 어린이회관 주차장 부지와 연호지구, 대구지법 이전터 등 후보지를 두고 구체적인 검토에 들어갔다.
남구청은 미군부대 이전에 따른 캠프조지 외인아파트 부지를 눈여겨보고 있다. 기지 내에 3만1천326㎡ 규모로 LH 소유 부지가 있는데, LH와 미군 측의 협의 결과에 따라 이곳을 행정복합타운으로 개발하는 등의 구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구청들은 아직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막대한 예산 확보도 어렵고, 주민 반발 등의 우려도 있어서다.
동구청은 윤석준 구청장 취임 이후 내부적인 검토가 이뤄졌지만, 당장 이전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체 부지 구입이나 동쪽 별관 증축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내 한 구청 관계자는 "제대로 청사를 지으려면 500억원 이상 필요한데, 아무리 재정이 넉넉해도 매년 100억원씩 5년 이상 기금을 모으는 건 쉽지 않다"며 "현 청사 부지를 팔고 이동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 역시 주민 반발 등의 이유로 상당한 의지가 없다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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