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04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팀은 그리스였다. 유럽 축구 변방으로 분류되던 그리스는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강호들을 하나씩 깨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 대회에서 눈길을 끈 선수 중에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있었다. 대회 이후 그는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뿐 아니라 영국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영국 ITV의 축구 예능 프로그램 'Fantasy Football'에서는 'The Adventure of Cristiano Ronaldo'라는 시리즈 콩트를 만들기도 했다. 호날두를 닮은 배우가 시도 때도 없이 헛다리 짚기 하는 게 전부였지만.
고국에서도 그를 특별 취급한 건 당연했다. 포르투갈 본토에서 1천㎞ 떨어진 대서양의 작은 섬 마데이라 출신인 그가 2008년 이후 FIFA 올해의 선수, 발롱도르상을 잇따라 받아내자 2013년 마데이라에는 호날두 박물관과 광장이 생겼다. 포르투갈이 유로 2016에서 우승한 뒤에는 공항 이름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마데이라 공항으로 바꿨다. 동상도 세웠다. 그와 하나도 안 닮아 유명세를 치렀지만.
올해는 비난 일색이다. '태도'가 문제였다. 한국에서도 '노쇼 사태'로 '날강두'라는 멸칭을 얻은 바 있지만, 경기 후 자신을 찍던 14세 아이의 휴대전화를 손으로 쳐 떨어뜨린 속칭 '어린이폰 패대기 사건'은 상식 밖이었다. 오버헤드킥으로 후반 45분 역전극장골을 넣어도 상쇄하기 힘든 행동으로 비쳤다. 일각에서는 최고로 대우받던 습성이 안하무인으로 흑화했다 풀이한다. 또 다른 재능의 역설이다.
메이저리그에는 '로베르토 클레멘테상(賞)'이라는 게 있다. 사회공헌활동에 앞장서 모범이 된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선수들은 이 상을 받으면 골드 글러브, 사이영상 못지않은 영광으로 여긴다. 부차적으로 일정 기간 '까임방지권'도 얻는다. 프로 스포츠의 근저에는 팬이 있다.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팬심을 바라는 건 도둑 심보다. 이미지 쇄신을 위해 호날두에게도 사회공헌활동이 필요해 보인다. 사람 잘 안 바뀐다는 말도 있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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