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항지열발전소 먹통 지진계, 어설픈 일 처리 바로잡아야

입력 2022-08-19 05:00:00

포항 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소 사후 관리를 맡은 관계 기관들이 어설픈 일 처리로 말썽을 빚고 있다. 포항지열발전소 시추기 철거 이후 정밀 관측을 위해 설치한 심부지진계의 작동 불량에 총체적 관리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2017년 지진 이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포항 시민들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일 처리다. 관계 기관들이 초래한 참사임에도 관리에 미숙했던 점은 비판받아 마땅해 보인다. 특히 관련 시설 정비와 유지 관리 전반을 처음부터 살펴봐야 한다.

지하 지진 관측 장비인 심부지진계가 설치된 건 지난 5월이었다. 지하 1,400m, 780m, 500m에 한 대씩 3대가 설치됐다. 그러나 500m에 있는 지진계만 작동되고 2개는 먹통이 됐다. 지하 1,400m에 있던 건 설치 당일부터 작동하지 않았고, 지하 780m에 있던 건 한 달 만에 기능이 멈췄다. 이 사실을 확인한 게 지난달이었다. 두 달 가까이 먹통이었던 셈인 심부지진계에 들어간 돈이 8억 원이다.

더 큰 문제는 심부지진계를 고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원인 파악도 안 된 건 물론이다. 심부지진계의 공식 시험성적서 없이 제조사 내부 테스트 결과만 수령했던 것도 말이 안 된다. 설계 단계에서 지형 정보가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총체적 난국이다. 수리에 최소 8~11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비용도 많게는 2억 원까지 들 것으로 예상된다니 그냥 넘기기도 어렵다.

지난달에도 포항시의회 등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안일한 대처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까지 했다. 해당 부지에 예정된 포항지진 안전관리 연구센터 건립 또한 몇 년째 지지부진했던 탓이다. 지진 문제를 촉발한 관계 기관들이 해결 과정에서도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으니 시민들로서는 억장이 무너질 노릇이다. 포항 시민들이 정신적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지는 못할망정 소 잃고 고친 외양간마저 허술해서는 안 될 일이다.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매끄러운 일 처리에 나서 주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