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수영장에 물이 빠져 봐야

입력 2022-08-18 19:34:01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수영장 물이 빠지면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고 수영을 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수영장의 물, 즉 유동성이 빠지거나 주가가 떨어지면 누가 빚을 내 투자했는지, 투자 실력은 어떤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오마하의 현인(賢人)'으로 불리는 버핏의 이 말은 투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큰일이 닥쳤을 때 그 사람의 공과(功過)가 드러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또한 어려움에 처했을 때 그 사람의 진면목이 확인되는 법이다. 서울을 강타한 물난리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언행을 보면서 버핏의 말을 곱씹어 보게 된다.

서울 강남역 일대가 물바다가 된 원인 중 하나가 대용량 빗물 터널 계획을 백지화한 때문이란 지적이 나왔다. 지름 10m 규모의 대심도 터널이 계획대로 들어섰다면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2011년 집중호우로 인한 우면산 산사태 직후 오세훈 당시 시장이 대심도 터널 건설을 발표했지만 후임인 박원순 시장이 "무리한 토목공사"라는 이유로 건설 계획을 취소했고, 이 탓에 강남역 일대가 물바다가 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박 시장 재임 10년 동안 민간 보조금 또는 민간 위탁금으로 시민단체들에 지원한 세금이 1조 원에 육박했다. 표를 얻기 위한 세금 지원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달리 눈에 잘 안 보이고,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대심도 터널 계획은 무산됐다. 포퓰리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대표 자리에서 밀려난 이준석 전 대표가 보여주는 저열(低劣)한 언행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해명, 반성, 사과는 없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향해 연일 금도를 넘는 말을 토해내고 있다. 어렵게 쌓은 자신의 정치 자산(資産)을 이렇게 허망하게 날려 버려도 되나. 당 대표란 권력을 잃었을 때 오히려 이 전 대표가 절제된 말과 자중하는 태도를 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논어'에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栢之後彫也)란 글귀가 있다.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늦게 시듦을 안다는 뜻이다. 인간의 의리를 강조함은 물론 시련이 닥치더라도 인간의 품격을 잃지 말라는 경구다. 연일 악담을 쏟아내는 이 전 대표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