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싸이 흠뻑쇼, 수만명 함성 부추겨…노마스크 퇴장 수칙 안 지켜

입력 2022-08-14 16:23:11 수정 2022-08-15 07:53:05

3년 만에 재개된 공연에 기대감 잔뜩…이틀간 최대 5만명 몰려
인근 교통 혼잡에 감염 우려 키워 "코로나 의심 증상땐 검사 받길"

지난 13일 오후 찾은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 주경기장. 물벼락을 맞으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지난 13일 오후 찾은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 주경기장. 물벼락을 맞으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싸이 흠뻑쇼 서머 스웨그 2022'(이하 흠뻑쇼)가 열렸다. 이틀간 5만여명이 운집하는 만큼 감염에 대한 우려도 불거졌다. 임재환 기자

"흠뻑쇼에선 코로나19를 잊었습니다."

지난 13일 오후 찾은 대구 수성구 대흥동 대구스타디움 주경기장. 물벼락을 맞으며 노래를 따라부르는 '싸이 흠뻑쇼 서머 스웨그 2022'(이하 흠뻑쇼)가 코로나19로 3년 만에 열렸다. 대구에서 이틀간 진행되는 흠뻑쇼 첫날에는 그동안의 아쉬움을 해소하듯 하루 최대 2만5천명의 관객이 몰렸다.

◆3년 만에 재개된 싸이 '흠뻑쇼'에 흠뻑

흠뻑쇼는 가수 싸이를 대표하는 여름 콘서트로, 수백 톤(t)의 물을 뿌려대며 관객들이 흠뻑 젖은 채로 즐기는 공연이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지난 2019년 이후 중단됐다가 3년 만에 재개됐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온 만큼이나 이날 공연장에는 기대감을 잔뜩 갖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공연에 앞서 만난 김모(34) 씨는 "흠뻑쇼는 여름에만 열 수 있는 대표적인 축제로 생각했기 때문에 여러 번 즐겼었다. 지난 시간 동안 코로나19로 개최되지 못해서 친구들과 아쉬움이 컸는데, 오늘은 제대로 놀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오후 7시 5분쯤 싸이의 대표곡 가운데 하나인 '롸잇 나우(RIGHT NOW)'를 시작으로 공연의 막이 올랐다. 현장은 이내 곧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로 가득 메워졌다. 스탠딩석과 지정석을 가릴 것 없이 모두 하나 된 듯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댄스 음악이 나올 때는 물줄기가 관객들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이들은 마치 물벼락을 기다렸다는 듯이 하늘에 물이 뿌려질 때마다 큰 소리로 화답했다. 해가 지자 무대에서 내리쬐는 조명이 제 역할을 하며 분위기는 더욱 고조됐다. 특히 이날 흠뻑쇼에 '크러쉬'와 '성시경'이 차례로 나와 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관객 임모(30) 씨는 "흠뻑쇼가 말 그대로 물 맞으면서 다 같이 뛰어노는 거 아니겠나"며 "애당초 이런 분위기를 예상하고 왔고 코로나19로 겪었던 모든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은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 마스크 착용 요구에도 일부 안 지켜져…공연 후 확진자 관리가 관건

공연장에 수만 명이 운집한 탓에 감염 위험성도 불거졌다. 실제 앞서 흠뻑쇼가 개최된 여수에서는 70여명이 확진됐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그 때문에 앞서 대구시는 이달 3일과 10일 두 차례에 걸쳐 주최 측과 방역 대책 회의를 했다.

이들 기관이 회의한 내용에 따르면 공연장에는 실외 50인 이상 모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또 490여명의 안내요원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관객들을 발견하면 착용을 요구해야 한다. 이에 따르지 않으면 퇴장 조치가 이뤄진다.

하지만 현장에서 안내요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관객을 잡아내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특히 지정석과 달리 스텐딩석은 수천명이 밀착해 안내요원이 들어오기 힘들었다. 이 탓인지 취재진이 있던 스탠딩 '나' 구역의 일부는 시종일관 '턱스크'를 한 관객이 있었고, 일부는 아예 착용하지 않고 공연을 관람했다.

13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수 싸이 콘서트
13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가수 싸이 콘서트 '싸이흠뻑쇼 2022'를 찾은 많은 관객들이 보조경기장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주최측이 공연 시작 전 나눠준 KF94 마스크 3장과 방수 마스크 1장도 소용이 없었다. 방역당국의 권고를 받은 주최측은 전광판을 통해 게스트가 바뀔 때마다 물에 젖은 마스크를 새 마스크로 교체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이를 따르는 이들은 드물었다.

특히 싸이는 "노래 끝났을 때마다 (여러분) 함성의 길이가 오늘 공연의 길이를 결정합니다"라고 말하며 함성을 유도했다. 공연 초에는 무대를 기준으로 구역을 나눠 함성 대결을 부추기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콘서트 관람 후 유증상자들에 한해 코로나19 검사를 독려할 계획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주말에 공연을 관람한 사람들은 다음날 오전 9시에 '유증상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메시지를 받게 된다"며 "몸에 이상이 있다면 높은 시민의식으로 검사를 받아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공연 시간을 전후해 대구스타디움에선 교통 및 주차 대란이 빚어져 시민들이 불편을 겪기도 했다. 수성구청과 수성경찰서 등에 따르면 60여건의 교통민원이 접수됐다. 불법 주정차 관련 민원이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큰 행사에서 흔히 보이는 교통 혼잡 민원이 대부분이었고 큰 특이사항은 없었다"며 "교통 순찰차를 배치해 교통관리를 했고, 불법주정차는 차량 소유주에게 연락해 차량을 이동시켜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