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복 수필가
무더위를 피해 바람 쏘일 곳을 찾는다. 탁트인 바다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과 시원한 계곡을 찾는 행렬로 도로가 북적인다. 꽉 막힌 실내 카페나 답답한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지내기엔 온몸이 쑤신다.
장마철이 물러갈 즈음이면 만개한 연꽃이 한여름을 부른다. 7, 8월 대구 반야월에는 연꽃이 만발하여 탑승객이 줄을 잇는다. 지하철 안심역 인근의 안심차량기지 바로 뒷편이 반야월 연밭길이다. 차량기지 정문을 지나 금호강 쪽으로 돌아 백여 미터만 나아가면 끝도 없이 펼쳐진 연밭이 모습을 드러낸다.
반야월은 전국 최대 연근 생산지로 유명하다. 금호강의 범람원에 해당하는 일대의 논이 온통 벼 대신 연밭이라, 달랑 저수지 하나로 버티는 다른 지역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과거 논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습지에서만 생산되던 연근이 고소득 작물로 변하면서 재배 면적을 계속 넓혀 왔다. 현재 전국에서 생산되는 연근의 절반 이상이 이곳 반야월 일대 출신이다.
대구의 한정식집에서 꼭 나오는 반찬이 있다. 바로 연근이다. 서울은 말할 필요도 없고, 인근 부산에도 연근 반찬을 구경하기 어렵다. 금호강 범람원의 배후습지가 연근의 주산지였기 때문에 대구 식당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지금도 재래시장에 가면 연밥꾸러미를 쌓아놓은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이 대구이다.
반야월 연밭길이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사진찍기 좋은 녹색명소'로 선정되면서 입소문을 타고 있다. 2014년 국토교통부의 '도시활력증진 개발지역'에 선정된 이후 2018년까지 안심창조밸리 조성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안심연근단지를 중심으로 한 연 생태관, 연 터널 갤러리, 점새늪 산책로, 금강역 레일카페 일대는 힐링 공간으로 인기를 끈다.
안심창조밸리 연꽃축제가 힘차게 기지개를 켠다. 동구청이 주최하고 안심창조밸리 주민협의체와 동구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주관하는 행사로 2017년부터 금강역 레일카페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는 금강역 레일카페와 괴전동 연 생태관을 중심으로 8월 11일부터 닷새 동안 개막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부대행사를 선보일 예정이다.
깔끔한 나무데크를 따라 끝없이 펼쳐진 연밭길에 빠져드는 느낌은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매력이다. 연꽃단지 종합 안내도에 따르면 이곳에는 4개의 산책로가 그려져 있다. 가남지 코스, 점새늪 코스, 안심습지 코스, 천천둘레길 코스가 그것이다. 연꽃 테마파크 전망대를 오르는 것은 기본이고, 여유가 된다면 점새늪에서 안심습지까지 천천히 둘러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연꽃의 계절에 주변을 살핀다. 무더위에 비가 내릴지라도 걸을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선다. 연꽃만이 아니라 연밥도 따고 연잎으로 모자도 만들 수 있는 길이면 더 좋겠다. 이번 주말에는 만개한 연꽃을 감상하면서 더위를 날려버리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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