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 숨기려 문서 위조해도…대법원 "의사면허 취소 못해"

입력 2022-08-09 15:51:36

재판부 "의료법이 정한 의사면허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서"

대법원. 매일신문DB
대법원. 매일신문DB

의사가 자신의 업무 과실을 숨기기 위해 문서를 위조했더라도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대법관 김선수)는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의사 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월 자신의 병원을 찾은 산모와 태아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지 않은 채 메시지로만 간호사에게 여러 차례 분만 촉진제 투여를 지시했다.

A씨는 태아가 태어난 뒤 '저산소성 허혈성 뇌 손상'으로 숨지자, 업무상 과실을 은폐하기 위해 간호기록부에 산모와 태아에게 취한 조처 등을 거짓으로 기록했다.

이에 검찰은 A씨를 사문서위조 및 행사,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법원은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는 의료법 제8조 제4호를 들어 A씨가 의료인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의 의사면허를 취소했다. 해당 법은 의료인이 특정 법률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A씨는 이를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씨 측은 "의료법상 결격 사유는 허위 진단서 작성과 행사인데, 간호기록지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2심 재판부는 "간호기록지를 수정한 것은 일반적인 사문서 위조·행사죄로 의료법상 '진단서 위조·행사죄'에 해당하지 않아 의사 면허 취소 사유가 아니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적 오해가 없다며 원심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