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갈 곳 없는데…" 확진자 급증에 경로당 폐쇄될까 노심초사

입력 2022-08-09 15:32:40 수정 2022-08-09 22:29:41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보건복지부 '경로당 운영 중단 가능성' 공문 통보
여가 활동에 위축된 노인들에 대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9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의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윷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9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의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윷놀이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대구 수성구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임재환 기자
대구 수성구 한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임재환 기자

대구 수성구 한 경로당에서 만난 현모(82) 씨는 코로나19 재유행으로 경로당이 또다시 문을 닫을까봐 걱정이 가득했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해 경로당이 수차례 문을 닫으면서 집에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또렷하기 때문이다.

현 씨는 "집에서 홀로 텔레비전을 보는 일이 전부였고 이웃들을 만날 수 없어 우울했다"면서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떠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재유행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경로당 운영 중단을 시사하면서 노인들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여가 활동이 위축된 계층에 대한 정부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보건복지부는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경로당과 복지관 등 노인 여가복지시설 운영을 중단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공문을 전국 17개 시·도에 통보했다. 비교적 면역력이 약한 노인들의 감염 우려가 큰 점을 고려해 모임을 삼가도록 하는게 이유다.

지난달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41만6천여명으로 6월에 발생한 25만5천여명보다 6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노인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지난 2020년 6월부터 1년 가까이 경로당 문이 닫혔고, 올해도 2월부터 4월 말까지 운영이 중단된 바 있다.

김모(78) 씨는 "경로당이 다시 문을 연 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또 다시 문을 닫으면 갈 곳 없는 노인들은 어떡하라는 거냐"며 "경로당은 단순히 대화만 하는 곳이 아니다. 갑작스럽게 운영이 중단되면 허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무더위 쉼터로 활용되는 경로당이 사라지면 노인들이 폭염에 고스란히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달서구 두류동에 거주하는 차모(74) 씨는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한낮에는 항상 경로당에서 더위를 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여가 활동을 하기 어려운 고령층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김유진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어르신들은 사람 만나기가 힘들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며 "일방적으로 문을 닫기보다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경로당을 이용할 수 있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경로당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운영 중단에 적극적이지 않고, 현재 방역 상황에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