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과 관련 없어요"…대구 남구청 '셀럽 마케팅' 무산

입력 2022-08-07 16:15:17 수정 2022-08-07 18:26:27

앞산 카페거리 '봉감독' 조형물…대구 출신 명사 연계로 관광거리 조성 시도
봉준호 감독, 사업 추진 동의 못얻어 사업 차질
김광석거리, BTS벽화거리 등 성공사례로 다수

남구 앞산 카페 거리에 봉준호 감독을 연상시키는 봉감독 영화 캐릭터 조형물이 담벼락에 설치돼있다. 김세연 기자
남구 앞산 카페 거리에 봉준호 감독을 연상시키는 봉감독 영화 캐릭터 조형물이 담벼락에 설치돼있다. 김세연 기자

대구 남구 앞산 카페거리 한쪽 담벼락에는 알록달록한 캐릭터를 내세운 조형물이 있다. 그중에는 카메라와 함께 감독 의자에 앉아있는 '봉감독' 캐릭터가 눈에 띈다. 오스카 트로피와 함께 봉 감독이라는 이름표를 단 캐릭터는 자연스럽게 봉준호 감독을 떠올리게 한다.

조형물을 설치한 남구청은 봉준호 감독과 조형물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는다. 구청이 봉준호 감독을 연상시키는 조형물을 설치하고도 봉 감독과는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는 셈이다.

남구청과 봉준호 감독의 인연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20년 12월 남구청은 앞산 카페거리 일대에 예산 2천600만원을 투입해 가로 18m, 세로 3m 크기의 봉준호 감독 캐릭터 조형물을 설치했다.

구청측은 당시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4관왕에 등극한 대구 출신 봉준호 감독의 명성을 빌려 앞산 카페거리를 명소화할 계획이었다.

봉 감독은 남구 봉덕동에서 태어나 대명동에서 10년 가까이 살았기 때문에 남구에서는 '봉준호 테마 거리', '생가터 복원' 등 다양한 '셀럽 마케팅'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그러나 결국 봉 감독측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생가 매입에도 실패하면서 사업은 난항을 겪었다. 결국 봉 감독의 직접적인 이름과 사진은 사용하지 못한 채 영화감독 캐릭터 조형물 설치에 그쳤다.

남구청이 이토록 봉 감독을 활용한 명소화 사업에 열을 올린 건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송해공원, '방탄소년단(BTS) 뷔 벽화거리' 등 앞선 셀럽 마케팅 성공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의 주요 관광지로 자리 잡은 중구 '김광석 다시그리기길'은 매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한다. 달성군 송해공원도 주말마다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지난해 12월 서구에 조성된 BTS 멤버 뷔의 벽화거리는 소속사의 반대로 무산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요청 끝에 허락을 받고 타 지역 팬들까지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남구 시민들은 여전히 앞산 카페 거리의 봉 감독 마케팅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인근에서 3년 간 카페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남모(30) 씨는 "당시에 기생충의 인기가 대단했기 때문에 봉준호 감독 테마 거리가 생기는 것에 대해 기대가 컸다"면서 "지금이라도 카페 거리가 살아날 수 있도록 재추진하면 좋겠다"고 했다.

남구청은 봉 감독을 테마로 한 거리 조성은 계획 단계에서 무산됐기 때문에 재추진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남구청 관계자는 "주민 참여예산으로 거리를 대표할 수 있는 상징물을 설치했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봉 감독의 허가를 받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이응진 대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셀럽 마케팅의 핵심은 재방문객을 유도하는 것, 즉 지속성의 문제"라며 "앞산 카페거리에도 취지에 맞는 명사를 선정해 이미지를 확대하고 스토리텔링을 적절하게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