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값 이제 2만원이죠"…편의점 찾는 직장인들

입력 2022-07-28 16:30:00 수정 2022-07-28 18:47:54

편의점 3분기 경기전망지수 유일하게 100 웃돌아
"편의점은 비싸다"→"편의점이 제일 싸다" 인식 변화 추세

고물가에
고물가에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 런치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는 등 점심 비용 부담이 커진 5일 서울의 한 편의점에 도시락 등 음식이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편의점이 고물가 시대를 이겨내는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8%에 이르자 가성비 좋은 도시락이나 간편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는 2분기보다 15포인트 하락한 84로 집계됐지만 편의점(103)은 유일하게 기준치(100)를 넘겼다. RBSI가 100 이상이면 경기를 직전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본다는 기업이 많다는 뜻인데, 소비심리가 위축된 백화점(97), 대형마트(86)와는 반대되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이커머스 업체에 밀렸던 대형마트들은 곧이어 편의점과 경쟁하게 됐다. 마트는 당장엔 정부의 면세 정책 이용해 사룟값 급등으로 비싼 수입산 육류 등을 초저가로 선보이고 있다.

◆점심값 1만원 아닌 2만원 시대…편의점으로 간다

밥값과 커피값을 더하면 1만원이 아닌 '2만원 시대'가 오자 편의점에서 저렴한 가격에 한 끼를 해결하려는 이들이 많아졌다. 편의점들은 간편식을 다양한 메뉴로 구성한 PB(Private Brand·자체 상품) 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말 초저가 상품 브랜드 '굿민'을 출시했다. 두부(300g)는 1천200원, 콩나물(300g)은 500원 하는 식이다. GS25는 지난달 GS더프레시(슈퍼마켓)의 초저가 PB상품 브랜드인 '리얼프라이스'를 편의점에 들였는데, 키친타월·위생장갑·위생팩 등이 통상 가격의 20% 정도 더 저렴하다. 이마트24는 PB상품 브랜드 '민생시리즈'를 통해 대용량 음료나 300원짜리 김, 500원짜리 컵라면을 선보였다. "마트만큼 싼 게 아니라 마트보다 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고물가에 편의점 자주 이용할 소비자들은 '구독 서비스'로

편의점에 월 이용료를 지불하면 할인된 가격으로 주요 상품을 살 수 있는 '구독 서비스'도 고물가에 인기다. '런치플레이션(점심값 지출이 높아진 상황)'으로 편의점 도시락·커피 등의 수요가 높은데, 이를 중심으로 할인하면서 '편의점이 저렴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마트24에 따르면 구독서비스 이용 건수는 이번 달에만 전월 동기 대비 133% 뛰었고, 지난달은 5월 대비 62% 증가했다.

편의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1~2인 가구엔 소포장 상품이 매력

소포장 상품이 잇따라 나오면서 1~2인 가구 사이에선 "편의점이 대형마트보다 싸다"는 말까지 나온다. 과일·족발·편육 등 1인분용 식품을 편의점에서 조금씩 자주 살 수 있는 이유에서다. CU는 지난달 감자·양배추·모둠쌈 등 식재료를 소포장한 '싱싱생생' 15종 상품을 내놨는데, 가격은 900~4천500원 정도로 대형마트와 비교해도 저렴하다. 편의점 관계자는 "고물가에 집밥을 해 먹겠다는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며 "1~2인 가구가 마트에서 식자재를 산 뒤 남은 재료는 신선도 탓에 사실상 버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포장 상품이 이들에겐 훨씬 더 저렴한 것"이라고 했다.

◆편의점 매출, 작년 대형마트 제쳐

다양한 간편식 출시에 힘입어 지난해 편의점(CU·GS25·세븐일레븐)은 유통업 매출 구성비에서 15.9%를 차지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대형마트(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매출(15.7%)을 넘겼다. 집 인근 어디에나 있는 편의점은 코로나 시대 주목받았지만 마트는 배송에 특화된 이커머스에 밀려 성장세에 제동이 걸려서다. 특히 마트는 골목상권 보호를 이유로 법적으로 한 달에 2번 의무 휴업해야 하고 새벽 배송이 불가능했다.

◆마트는 시장·이커머스에 편의점까지 경쟁 상대

대형마트는 엔데믹 이후엔 편의점과도 경쟁하게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높은 물가에 '마트보다 편의점이 싸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다. 당장엔 마트들은 정부의 면세 정책을 이용해 이른바 '가격 파괴' 상품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부터 민생 물가 안정을 위해 캐나다산 돼지고기에 이어 수입산 소고기와 닭고기 등 품목에도 할당관세를 0%로 적용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21~27일까지 미국산 부챗살(100g) 등을 기존 판매 가격 대비 40% 저렴한 1천990원에 선보였다. 지난 1일부터 할당관세 적용이 된 캐나다산 삼겹살은 20% 더 싼 1천580원에 판매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산지 어디든 비싼 탓에 마트가 정부 혜택을 제외하곤 초저가 상품을 내놓긴 힘들 것이다. 이커머스에 이어 편의점까지 마트의 경쟁자가 됐다"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마트가 영업제한과 의무휴업 폐지를 원하는 이유"라고 했다.

편의점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