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류삼영 총경이 내놓은 배후설

입력 2022-07-26 19:33:04 수정 2022-07-27 06:22:10

26일 오후 류삼영 총경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류삼영 총경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울산시청 프레스센터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 발령 처분을 받은 류삼영 총경(전 울산중부경찰서장)이 '배후설'을 내놓았다. 경찰청의 대기 발령 조치의 배후에는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대통령실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다.

류 총경은 25일 방송 인터뷰에서 "대기 발령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의) 자기 의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청장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명령을 하는 것은 청장 의사를 강하게 제압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시 명령이 왔을 것"이라고 했다. 진행자가 "행안부 장관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그 윗선일 수도 있다고 보는 건가?"라고 묻자 "윗선일 것이라는 구체적이지만 밝힐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정보가 있다"라고 답했다.

다른 방송에서도 "(경찰서장 회의) 해산 명령을 내린 것이 경찰청장 후보자의 개인 의견이 아닌 그 윗선이라면 장관이나 대통령을 생각하는 건가? 대통령실?"이라는 질문에 "예. 그렇다"라고 답했다.

경찰 총경은 고위공직자다.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정제된 단어를 써야 함은 물론 무엇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발설하지 말아야 한다. 일반 국민은 총경을 일반인이 범접하지 못하는 내밀한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지위로 본다. 류 총경의 '배후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확실한 정보가 있기에 그런 말을 했다고 여길 것이란 얘기다.

그런 점에서 류 총경의 "구체적이지만 밝힐 수 없는 정보가 있다"는 발언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방송을 이용한 선전 공작(工作)의 냄새까지 풍긴다. 자신을 '경찰 독립'을 '분쇄'하려는 정권 차원 음모의 희생양으로 대중(大衆)에게 각인(刻印)하려는 수사(修辭)로 들린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26일 발언은 그런 의심을 굳힌다. 정보가 구체적이라는 것은 그 정보를 사실로 믿게 할 만큼 소상(昭詳)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밝히지 않을 이유가 없다.

대중은 호기심이 많다. 권력에 대해서는 특히 그러하다. 그 호기심은 사실인지 확인되기도 전에 사실로 믿는 맹목으로 발전하기 일쑤다. '배후설'은 이를 이용해 상대를 공격하고 자신을 정당화하는 대표적인 수법이다. 류 총경은 밝히지 못할 것이면 '배후설'을 제기하지 말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