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비상임이사 선출 선거에서 출마자와 투표권자 금품 주고받아
지역 농협 임원직 선거과정 금품수수 비일비재…술과 밥만으로 안돼
임원직 달면 얻는 사회적 이미지, 경영 정보가 치열한 선거경쟁 불러
대구 성서농협에서 '역대급' 진흙탕 선거가 벌어졌다. 선수와 관중에, 심판까지 얽히고 설키는 돈 선거로 얼룩졌다. 비상임이사 선거에 대한 경찰 수사 과정에서 출마자와 대의원에, 선거관리위원회 위원까지 금품을 주고 받은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경찰은 '이사직' 직함으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미지, 농협 경영 정보 접근성 등이 과열 경쟁을 부추긴 것으로 보고 있다.
26일 대구 성서경찰서는 지난 1월 성서농협 비상임이사 8명을 뽑는 선거 과정에서 금품을 주고 받은 출마자와 대의원 등 68명을 농협조합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수사 결과 당시 비상임이사 출마자 15명 중 13명이 200만원에서 1천390만원 상당의 금품을 대의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 가운데 2명이 구속됐다.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 55명 중 52명도 20만원~48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금액은 모두 7천950만원이다. 특히 구속된 A씨는 본인이 금품을 제공한 것은 물론 다른 후보들로부터 금품을 제공받아 대의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출마자 B씨는 증거자료에도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다 구속됐다. 공정하게 선거를 관리할 책임이 있는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C씨도 특정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대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다.
다수의 조합 종사자 증언에 따르면 지역 농협에서는 선거철만 되면 금품 및 향응 제공이 흔하게 벌어진다. 성서농협 경우 지난 2014년 임원선거 과정에서도 일부 후보가 대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정서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금품 수수 배경으로는 '이사직' 직함을 둘러싼 과열 경쟁, 높은 수당 등이 꼽힌다. 대개 농협 이사회는 상임이사, 사외이사, 비상임이사, 감사로 이뤄진다. 이사는 조합원 자격 심사, 상임이사 임명 등 농협 경영 전반에 대한 일을 맡는다. 임기는 4년이며 연임은 제한 없이 가능하다.
성서농협 한 조합원은 "이사가 된다고 해서 막강한 지위나 권한이 생기는 것은 전혀 없다. 다만 '농협 이사'로 활동한다는 것에서 오는 사회적 이미지가 있다. 또 경영회의에 참석해 농협 전반에 관한 일들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이사를 해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에 이사를 했던 분들은 계속 자리를 지키려고 하는 상황에서 이사직에 새롭게 도전하는 이들도 많다보니 과열 경쟁이 생기는 구조"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임원에게 제공하는 '회의참석수당'도 선거 경쟁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사나 대의원으로 회의에 참석하면 1회당 20~30만원의 교통비‧식비 명목의 수당이 제공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원 C씨는 "수당이 직접적인 이유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수당이 꽤 높은 편이기에 금액을 낮춰 과열 경쟁을 막자는 주장도 나온다"고 했다.
한편 성서농협은 경찰 조사와 법원 판결에 따라 이번 선거 과정에서 금품을 주고받은 출마자와 대의원들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고 직위 해제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성서농협 조합 관계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나오면 직위가 해제된다. 징계위원회 등에 대해 내부 논의를 거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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