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필자는 칼럼을 쓰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이날까지 언제나 집권 세력을 신랄히 비판하는 글을 썼다. 그것이 칼럼니스트의 임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에도 목이 아프도록 그의 수많은 결함과 실정을 질책했다.
그런데 노통은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서 '대통령 못 해먹겠다'면서 대통령직을 당장에라도 내던져 버릴 듯 불평을 했다. 나는 속으로 '비판을 감당 못 할 인사가 왜 대통령이 되려고 했어, 붙잡지 않을 테니 그만두시지' 하는 반감이 솟아올랐지만 한편으로 노 대통령은 비판을 받으면 어긋나가고 칭찬을 받으면 몸 바쳐 일하는 타입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후회 비슷한 심정도 일었다. 그러나 그때부터 갑자기 칼럼의 톤을 바꾸진 못했다. 이미 잘하는 일은 거의 없고 잘못하는 일 투성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우리 국민이 모여서 대통령 활용법을 의논해 봤더라면 국민과 노통 양쪽 다 득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니 근심스럽다. 문재인 대통령 시대부터 여론조사의 수치 따위는 믿지 않지만 이 어렵게 탄생한 신생 정권이, 난제는 도처에 쌓여 있고 적대 세력은 사방에 포진하고 있는데 응원군도 없이 작은 민병대를 이끌고 사방팔방을 평정하려고 고군분투하니 참으로 딱하다.
윤통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던 듯한데 그의 성패가 곧 나라의 사활이어서 조바심은 크다. 그리고 그 많은 국정을 수행하는 데 필연적인 실수나 오판에 대한 실망과 분노도 너무 커서 걱정스럽다.
지난 대선에서 그에게 투표한 사람도 그를 성인군자로 보았거나 노련한 정객으로 생각해서 찍은 것은 아니다. 오로지 문재인 정부가 반신불수로 만들어 놓은 이 나라와 국민이 이재명의 손아귀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길이 윤석열밖에는 안 보여서였다.
뽑아 놓고 보니 기대 이상의 추진력이 있고, 광범위한 국정 파악도 웬만큼 해낸 것 같다. 취임 직후부터 원전 복구같이 한시를 지체할 수 없는 시급한 국정 과제를 대부분 착수시켜 차차 진척되도록 한 것은 정말 고맙다. 또한 문재인의 정신 나간 북한 유화정책의 반역성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전 정부의 터무니없는 경제, 민생정책으로 무너져가는 기업과 가계를 되살리기 위해서 반기업적 제도, 규제의 시정과 각종 세금의 합리화를 추진하고, 미래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340조 원을 투자해서 반도체 초강국을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다. 대우조선 하청업체 직원들 파업 현장에서는 비상한 성의와 인내로 불가능해 보였던 타결을 이끌어냈다. 이로써 정부와 민노총의 관계가 단번에 우호적 협력관계로 변화하기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노동자와 정부, 기업의 이해는 으레 상치되고 협상은 사생결단으로 끝나기 마련이라는 고정관념이 조금은 변할 수 있을까.
윤통은 인사 문제에서 국민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었을 뿐 아니라 국민보다 눈높이가 매우 낮은 것을 드러내었다. 그가 임명한 각료, 참모의 수준이 비판을 받자 '전 정부 장관들보다 나았으면 나았지 못하지 않지 않느냐'는 메가톤급 실언을 했다. 물론, 이번 각료들이 문 정부 각료들보다 나은 것은 백번 맞지만 문 정부 인사가 윤석열 정부 인사의 기준이어서는 절대 안 된다. '전 정권보다는 나은' 장관들로는 지금 파멸의 벼랑에 놓인 대한민국을 구출할 도리가 없다. 문재인의 사람들과는 차원이 다른 인재여야 한다. 어쨌든 문재인의 사람들이 이 정권의 인사를 갖고 찧고 까부는 것은 가소롭다. 그러나 윤통 역시 우리 국민의 친인척 인사, 연고 인사에 대한 극도의 거부감을 이해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국제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움직이며 정상회담, 정상들의 국제회의도 어렵지 않게 소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만 뒷받침해 준다면 윤 대통령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에게 봉사할 터인데, 비판만 많고 격려는 드물면 어느 땐가 낙담하게 되는 것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버팀목을 잃은 이 나라는 국민을 싣고 심연으로 추락할 것이다. 이 귀한 5년의 한순간도 허비하지 않는 지혜로운 국민이 되어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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