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껑충 뛰면서 이른바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사고,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2030 청년층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최고 금리는 연리 5% 중반을 넘어 6% 선을 육박한다.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는 올해 안에 7% 선을 뚫을 전망이다. 이자 압박은 공포가 됐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금융권 가계대출자 1천646만 명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70%를 넘는 경우는 140만 명으로 집계됐다. 연소득의 70%를 빚 갚는 데 쓴다는 의미다. 최저생계비를 빼면 대출 원리금을 못 갚는 상황이다. 평균 대출금리가 지난 3월 말(연 3.96%) 대비 3%포인트 오른다고 했을 때 DSR 70% 이상인 대출자는 190만 명까지 늘어난다. 이때 DSR 90% 초과 대출자도 90만 명에서 120만 명으로 증가한다. 빚 갚는 게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집값은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고, 주식 투자 성공 덕분에 월급은 용돈이라며 자랑질하는 사람들 틈에서 묵묵히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기는 참 어렵다. 아예 재테크에 관심이 없다면 모를까, 최저임금을 턱걸이로 넘어선 월급을 받으며 소소한 행복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청년들에게 부동산과 주식은 너무도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리고 팬데믹과 전쟁, 이상기후 등 예상치 못한 대외 여건 변화로 인한 대가는 참혹하다.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채무를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쉽게 말해 주식이며 집을 팔라는 뜻이다. 그런데 지금 주식이며 부동산을 처분하고 나면 손실이 확정돼 버린다. 꿈은 사라지고 그야말로 옴짝달싹 못 한 채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전문가들의 현실적인 조언이 2030세대들에게 결코 현실적인 대안일 수 없는 이유다.
분명 상황은 녹록지 않다. 빅스텝 이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 30대 젊은 세대는 인플레이션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집을 살 때 3%대로 돈을 빌렸다면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거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경제 상황에서는 바뀔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취약층 빚 부담 경감 대책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뜨겁다. 대출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가 아니라 대출 원금을 아예 최대 90%까지 탕감해 주겠다고 해서다. 빚투로 큰 손실을 입은 청년층 대상 대책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도덕적 해이를 우려한다. 빚은 갚는 게 당연한데 '안 갚고 버티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백번 공감한다. 탕감만큼은 최대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야 옳다. 일확천금을 노린 이들의 손해를 사회가 떠안을 필요는 없다.
다만 이들이 왜 영끌과 빚투에 내몰렸는지는 생각해 보자. 취약층 채무 조정 제도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대출 부실로 발생한 채권을 정부가 기금을 만들어 액면가의 8~10%로 인수한다. 비용 부담은 1차로 금융사가 떠안는다. 해당 개인 역시 카드도 못 쓰고 최소 10년간 정상 금융거래도 못 하며, 취업제한에 걸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형평성과 도덕적 해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의 근본 원인에 대한 반성과 대책은 누구도 내놓지 않는다. 부동산과 주식이 치솟을 때 청년들에게 '밑천도 없으면서, 구경이나 하라'고 쏘아붙일 텐가. 국민 100만~200만 명이 채무 불이행으로 파산하면 국가가 흔들린다. 채무 조정은 불가피하다. 다만 옥석을 꼼꼼히 가려내는 혜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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