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13일 뛰는 물가를 잡고자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국내에서 추가로 빅스텝 카드를 쓸 필요성은 낮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경제·금융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달 말 추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을 하더라도 국내에서 또다시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예상한다. 대내외 경제 환경을 고려할 때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철회하지는 않겠지만, 이번 빅스텝이 또 극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필요성을 줄였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빅스텝이 예외적 상황에서 선제적 대응임을 강조하며 "물가 흐름이 전망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당분간 기준금리를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이날 빅스텝으로 연 2.25%까지 뛴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세 차례(8·10·11월) 남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최소 한 두 차례 정도 더 올라 연말 2.50∼2.7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16일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이후 시장의 눈높이가 한때 3.00%까지 올라갔던 것과 비교하면 다소 낮아진 것이다.
신봉관 하이자산운용 FI운용본부장은 "이 총재가 밝힌대로 8월 연속 '빅스텝' 가능성은 해소됐다고 봐야 한다"면서 "금통위 결정문을 보면 한은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안정이다. 상방 압력이 있더라도 경기 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물가 관리 명분만을 앞세워 기준금리를 계속 큰 폭으로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이 총재가 한미 금리 역전 우려를 두고 "역전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데 주목한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국(연 2.25%)과 미국(연 1.75%)의 기준금리 격차는 일단 0.5%p로 커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설령 이달 말에도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더라도 미국 기준금리는 한국에 비해 0.25%p 높아진다.
이번 빅스텝으로 미국 금리 인상에 즉각 반응해 금리를 필요 이상으로 많이 올리지 않고, 이후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해도 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총재도 "과거에도 금리가 역전된 경우가 세 차례 있었고, 단순히 격차가 얼마나 벌어지느냐보다 자본·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제 원자재·곡물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연내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가계 이자 비용은 급증하는데 이를 메워줄 소득의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소비 위축, 경기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신 본부장은 "주식은 변동성이 커 개인 투자자들이 조심해야 하지만 채권은 금리 메리트가 높아 투자에 크게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상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이 떨어지는 데 반해 투자자는 장기물 등을 싸게 사들일 기회이다. 실제로 이달 초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대,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서 3.7%까지 급등했던 국고채 10년 금리는 3.2%대까지 낮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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