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세 달 연속 금리 인상
청년·자영업자 신용위험 커져

한국은행이 치솟는 물가를 잡으려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8년 만에 연 2.25%로 높아졌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그만큼 시중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금융권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도 올라갈 수밖에 없어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도 커지게 됐다.
한은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를 열고 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1.75%에서 2.25%로 0.50%p 상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래 첫 빅스텝이다.
지난 4월과 5월 금통위에 이어 이날 열린 7월 금통위까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상한 것 역시 1950년 한은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기준금리가 연 2.25%를 기록한 것도 2014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빚투'(빚으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등의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대출을 크게 늘린 청년층과 자영업자의 신용 위험도 더욱 커졌다. 한은은 코로나19 사태 방어를 위해 2020년 5월부터 1년 3개월 간 연 0.5%로 사상 최저 수준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이 때문에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번에 0.5%p를 내린 적은 있어도 0.5%p를 올린 적은 처음이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한은이 첫 빅스텝을 단행한 건 금리를 전례 없는 속도로 올려서라도 고(高)물가 기조가 굳어지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한 거라는 분석이다.
5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8.22(2020년=100)로 작년 같은 달보다 6.0%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대구경북은 더 심각하다. 대구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08.33으로 6.1% 뛰었고, 경북은 109.58로 7%대의 가파른 상승세다.
더욱이 소비자가 1년 후 물가 상승률을 전망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지속적인 물가 상승 혹은 혹은 화폐가치 하락)도 지난달 3.3%에서 3.9%,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상승 폭도 2008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치다.
이처럼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높으면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최근 공격적으로 금리를 끌어올리는 데 대응책으로 빅스텝을 택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연준은 41년 만에 나타난 8%대 물가를 낮추고자 지난달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인상)했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75%로 같아졌다. 여기에 이달 말 또다시 자이언트 스텝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한미 간 금리가 역전돼 원화 약세(환율 상승)를 부추길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00원대로 치솟았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도 올라 물가가 상승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또한 외국인 투자금이 미국을 비롯한 국외가 빠져나갈 가능성도 커진다.
다만 이창용 총재는 "한·미 간 금리차를 통화정책 운용의 주요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며 "금리 격차 숫자에 얽매일 필요는 없고 내외 금리차를 어떤 수준에서 방어해야 한다는 이론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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