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스테핑은 기자들이 문 앞에서 약식으로 인터뷰하는 것을 말한다. 흔히 특정 정치인이나 사회적 주목을 받는 인물을 따로 섭외해 인터뷰하기 힘든 상황에서 집 앞, 또는 기관·회사의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예정에 없는 인터뷰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일컬어지는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을 상대로 매일 아침 출근길에 도어스테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 언론과 기자들에게는 축복과도 같은 특권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11일 오전 언론 공시를 통해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대통령 공개 행사의 풀 취재도 가급적 최소화할 예정이다. 대변인의 브리핑 역시 가급적 서면 브리핑 중심으로 진행하겠다"고 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일주일 전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한 1만2천693명으로 나타나 대통령실의 명분은 그 나름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빌미 삼아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작된 도어스테핑이 두 달 만에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날 저녁에만 해도 "도어스테핑은 당분간 풀단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밝혔었다. 반나절 만에 잠정 중단 결정이 내려진 셈이다. 비풀단 기자들의 항의와 차별적 조치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로서는 굳이 차별 논란과 항의를 무릅쓰고 풀단 기자 중심의 도어스테핑을 계속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온갖 인터넷 매체를 포함해 수천 개의 언론사가 활동하고 있다. 언론 공해(公害)가 걱정될 정도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대통령의 출근길 도어스테핑이 다시 부활할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전망한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가 갖는 무게는 엄청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아침 반복되는 약식 인터뷰는 '참신하고' '본질적인' 사안에서 점점 벗어나 신변잡기적이고 말꼬리 잡기식 질문으로 흐르는 경향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로서는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고 느낄 수 있다. 전 정권의 '쇼(Show)통'에 익숙한 한국 언론이 제 밥그릇 차 버린 격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 그래도 국민과의 적절한 소통은 계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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