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정치테러로 숨졌다. 참의원 선거 지원 가두 유세 도중 사제 산탄총에 맞아 8일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범인은 해상자위대 장교 출신 41세 남성 야마가미 테츠야였다. 자신의 어머니가 특정 종교에 심취해 전 재산을 헌납한 게 화근이었다. 아베 전 총리가 그 종교와 특수한 관계인 것으로 인식했다고 한다.
정치적 지지 여부와 무관하다는 범인의 진술이 있었음에도 정치테러라는 단어 외에 합치되는 말을 찾기 힘들다. 정치인에 대한 위협은 상징적인 의미를 갖기 마련이다. 정치테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조준하기에 경계심은 커진다. 민주주의는 의견 차이를 좁히는 과정, 설득의 지난한 길이 바탕에 깔렸다. 그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는 게 정치테러다. 이견을 내는 순간 생명의 위협을 각오해야 하기에 총과 칼이 등장하면 토론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위협당한 감정만 오롯이 남는다. 물리적 완력으로 쟁점이 해결될 것이라 믿는 건 착각이다.
애초에 완벽한 설복이란 불가능하다. 민주주의에서 대승적 양보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다. 그런 조율이 힘들기에 다수결로 정해 그 결과를 받아들인다. 지지율이 낮은 대통령이든, 지지율 격차가 작은 대통령이든 통치의 정당성이 동일한 까닭이다. 앞선 세대들이 피 흘리며 지키고자 했던 민주주의의 원칙이다. 우리 사회는 오랜 기간 이 가치를 존중했고 그 위력을 몸소 깨우쳤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원칙의 균열을 조장하는 세력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허위 사실 유포는 말할 것도 없다. 정치인의 사고를 무력화하는 단체 메시지 폭탄, 소셜미디어를 통한 사이버 모욕도 분명 정치테러다. 민주주의의 양념은 고사하고 유아적 퇴행에 가깝다. 하지만 정치테러를 자행하는 이들은 알아야 한다. 정치테러는 반대편의 결집을 부른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사망 사건을 비극으로 보면서도 우리가 더 우려하는 것은 그의 죽음이 일본의 군국화를 추동할 개연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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