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미국 하트퍼트 대학교 전자컴퓨터공학과에서 종신교수로 승진
대구서 태어나 초중고와 대학교 모두 대구에서 다닌 로봇 공학도 인터뷰
"로봇이 운전하고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는 세상을 꿈꾼다."
오는 8월 미국 하트퍼드 대학교 전자컴퓨터공학과에서 부교수(종신교수)로 승진하는 로봇공학자 손기원(43) 교수의 말이다. 2016년부터 6년간 조교수로 일하고 종신교수가 되는 손 교수를 최근 매일신문사에서 만났다. 그는 여름 방학을 맞아 고향을 방문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다니고 경북대 전자공학부를 졸업한 그는 지난 2005년 미국 유학을 떠났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로봇을 처음 접한 손 교수는 2007년 이학석사 학위를 딴 뒤 2014년 드렉셀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손 교수는 미국 로봇계에서 소위 '핫'한 인물이다. 2015년 열린 '달파 로봇 챌린지'에서 자동차를 타고 운전하는 로봇을 선보였는데, '가장 빨리 운전한 로봇'으로 주목을 받았다. 2016년부터 공간이 좁은 곳에선 작아지고 넓어지는 곳에선 커지는 운전로봇을 만들었다. 즉, 공간이 좁은 공간에선 아이처럼 작아져야 하고 큰 공간에선 어른처럼 몸이 커진다. 그는 "로봇이 160~180cm를 사이에 두고 변화한다"며 "딱딱한 로봇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완벽히 운전하는 로봇은 장기 과제라고 했다.
-'운전하는 로봇'은 무인 자동차와는 다른 건가.
▶무인 자동차는 운송·물류가 목적인 반면, 운전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이에 더해 이후 과제까지도 해결한다. 가령, 장을 보러 가는 등 여러 업무 처리를 할 때 무인 자동차는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지만, 로봇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린 뒤 업무를 대신해 줄 수 있다. 무인자동차는 트랙터, 트럭 등 각 종류에 대해 생산라인을 만들어야 하지만, 로봇은 프로그램만 바꿔주면 된다.
-휴머노이드는 어디까지 진행됐나.
▶로봇에 인공지능(AI)을 넣으면 휴머노이드다. 휴머노이드로 유명한 건 혼다의 '아시모'라고 하는 이족보행 로봇으로, 6학년 초등학생 크기의 우주 비행사처럼 생겼다. 이 로봇이 2000년대 선두를 달리다가, 2015년 달파 로봇 챌린지에서 보스턴 다이나믹스가 '아틀라스'를 만들면서 동력에서 기술이 진보했다는 걸 보여줬다. 지금 기술로는 공중제비를 돌거나 제자리 점프로 장애물을 넘는 등 사람의 움직임은 다 따라잡았다. 이젠 인공지능(AI)과 로봇의 통합 단계로 이를 합쳐 나가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각 기술이 최고로 발전했다고 하더라도 통합했을 때 시너지를 반드시 낸다는 보장은 없다.
-로봇 스타트업을 해본 로봇 공학도로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로봇 스타트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기술이 아니라 수요 창출이다. 고객사의 경영진, 근로자를 우선 만족시켜야 한다. 고객사의 경영진은 비용 측면에서 기존 방식을 추구하려 한다. '리턴'에 대해 의문을 가져서다. 근로자는 로봇이 일자리를 뺏는다고 생각한다. 네바다에서 근로자들을 만났을 때 막연한 거부감을 가졌다.
-최근 인플레이션으로 투자 위축이 되는 분위기다. 스타트업 위주 로봇계는 좀 어떤가.
▶스타트업의 겨울이 왔다. 작년까진 유동성으로 벤처캐피털(CVC)이 들어와 당장 기술이 없더라도 아이디어만 있으면 투자가 이뤄졌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으로 투자가 위축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투자를 언제, 얼마나 했을 때 얼마만큼 돌아오는지 증명해야 하는 단계로 돌아선 것이다. 올해가 좋은 기업은 남고 나쁜 기업은 사라지게 되는 해가 될 것이다. 스타트업 위주인 로봇 산업이 어려운 이유다.
-한국은 2020년대 들어 서빙로봇 등 일상에서 로봇의 존재를 실감한다. 미국은 어떤가.
▶그런 로봇은 통상 서비스로봇이라고 한다. 서비스로봇은 정보통신기술(ICT)이 생명인데, 통신망이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과 달리 땅이 넓은 미국 전역은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필라델피아, 라스베이거스, 애리조나, 코네티컷 등 많은 곳에 살았지만 연구실과 공장을 제외하고 로봇을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나마 미국 동부에 유명한 슈퍼마켓 '스탑앤샵'에서 재고 체크 로봇을 본 적은 있다. 다만 이는 소비자 관점에서 도움을 주는 로봇은 아니었다. 라스베이거스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서비스로봇이 활약하고 있다. 술을 제조해주는 '바텐더 로봇'이 대표적이고 호텔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갖가지 물품을 전달해주는 로봇도 있다.
-대구시는 최근 로봇을 5대 신산업 중 하나로 꼽았다. 어떻게 보나.
▶대구경북은 코네티컷과 비슷한 면이 많다. 대구경북은 섬유·자동차 부품 등 제조업 위주이고 코네티컷 역시 제조업 위주다. 제조업 도시의 세계적 화두는 '생존을 위한 신산업 모색'이다. 제조업은 전통 산업이 됐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조업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구경북도 비슷한 맥락으로 신산업에 도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코네티컷 슬로건은 '코네티컷의 다음(CT Next)'으로 역시 신산업에 돈을 퍼붓고 있다. 제조업 도시 강점은 인프라를 갖췄기 때문에 여기에 로봇 같은 신산업을 탑재만 하면 된다는 점이다. 그게 바로 우리가 말하는 '스마트 팩토리'가 되는 것이다. 없는 산업 만들기는 어렵지만, 대구의 자동차 부품이나 최근 뜨고 있는 2차전지 양극재 같은 산업에 모두 적용 가능하다.
-대구가 로봇 산업 그 자체로 강점을 가질 수 있을까.
▶물론 로봇 산업을 선점할 수도 있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같은 통합(SI)기업이 대구에도 존재해야 하는데, 분야가 로봇이 될 수도 있다. 로봇 1위 업체로 떠오르는 곳은 아직 없다. 기술이 진일보했어도 여전히 공장 등 산업에서 쓰이는 정도라서 현재 선점하기 좋은 단계다. 한낱 검색 업체에 불과했던 구글이 안드로이드로 운영체제를 장악한 것처럼 로봇도 이렇게 될 수 있다. 선점하면 따라오는 신흥 먹거리도 계속 생기게 된다. 대구에서 나오면 그게 세계 1위가 되는 것이다. 대구가 걱정하는 인재 유출 안 되고 오히려 전 세계에서 유입될 것이다. 한편으로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스타트업을 하려면 기본 2년인데, 이 시간 동안 마음껏 해보고 실패했을 때도 그게 경력단절이 되지 않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하는 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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