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미래를 선도하는 IB학교, 대구초·현풍초
새로운 100년을 꿈꾸며… 미래 인재 양성 위해 IB 프로그램 도입한 두 학교
대구초 '지구환경 시계를 거꾸로 돌리자' 프로젝트, 환경브랜드 제작·캠페인 진행
현풍초 'Who we are' 프로젝트, 직접 인권선언문 작성·UN총장에게 편지
오래된 학교는 단단한 역사만큼 미래를 향한 의지도 굳다. 전통을 유지하려면 누구보다도 앞서 미래를 예상하고, 대비·적응해야 한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구초등학교와 현풍초등학교 역시 다가올 미래를 위해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프로그램을 발 빠르게 도입했다.
IB는 스위스에 있는 비영리교육재단인 IB본부에서 개발한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으로, 개념 이해와 탐구 활동을 통해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추구한다.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을 갖춘 미래 인재를 키우는 데 안성맞춤인 IB 프로그램을 도입한 두 학교의 어제와 오늘을 들여다 봤다.
◆ 대구 최초의 공립초, 민족 수난과 함께하다

대구에서 한국인이 다녔던 최초의 공립소학교였던 대구초는 1906년 12월, 통감 정치 하에 '대구공립소학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대구초는 초등교육을 식민지화의 도구로 이용한 일제에서 벗어날 순 없었으나, 당시 한복에 짚신이나 미투리(삼이나 노 따위로 삼은 신)를 신은 대구초 학생들은 월견산(현 대구 제일중) 일대에 모여 일본 군사들을 물리치는 의병놀이를 하거나 독립가를 부르는 등 조국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고 한다.
해방 이후에도 대구초는 민족 비극의 소용돌이에 또 한번 휘말리게 된다.
6·25전쟁이 발발하며 1950년 7월 10일 대구초 본관 건물에 육군병참감실이 들어서며, 국군과 주한미·영군이 5년 가까이 주둔하게 된다. 이에 학생들은 근처 공터에 지은 허름한 임시 건물에서 공부를 해야만 했다. 흙바닥에 책상도 없어 끈 달린 나무판자를 목에 걸고 그 위에 책을 얹어 공부했다.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학생들은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학업을 이어나갔다.
◆ 고생만큼 깊어진 '혹불' 사랑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학교인 만큼, 학교를 각별하게 여기는 졸업생들이 많다. 대구초의 별명인 '혹불학교'에서도 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60회 졸업생인 최성태 씨가 학교를 다녔던 1960년대만 해도 일제식 건물이었던 본관 중앙현관 지붕이 둥그런 돔 형식의 건축물이 있었다. 학생들은 이걸 보고 혹부리(혹불)를 닮았다고 해서 '혹불'이라 불렀고, '혹불학교'라는 애칭이 붙었다.
이 역시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해 본관이 개축되면서 사라졌지만, 성태 씨를 비롯해 이 혹불을 그리워하는 졸업생들이 여전히 많다.
성태 씨는 "40대 후반이나 50대 동문들 중 오랜 만에 학교를 방문했다가 혹불이 없어서 아쉬워하는 사람이 많다. 뜻이 있는 동문들과 성금을 모아 혹불을 복원하고 싶은 마음이다"며 "일제 잔재로만 생각하지 말고 아픈 역사의 흔적이자 대구 근대 문화를 나타내는 상징, 그리고 힘든 시절 학교를 다녔던 동문들의 추억이다"고 했다.
◆ '물음표'와 '포스트잇'이 가득한 학교


현재 대구초에 들어서면 교실이나 복도 벽면을 가득 채운 포스트잇을 볼 수 있다.
'백분율이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상황은?' '우리가 바라는 미래학교는?', '지구의 자전이 인간생활에 주는 영향은?' 등 질문이 적힌 커다란 도화지들이 복도 창문, 서랍장, 칠판 등 교내 곳곳에 있다. 도화지 위엔 학생들의 생각을 담은 포스트잇이 몇 십 장씩 붙어있다.
대구초는 2019년 IB기초학교로 선정됐고, 올해 관심학교 지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미래역량 개념 기반 탐구형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년마다 정해진 프로젝트를 한 학기에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눠 2회 실시하는데, 6학년 학생들은 1학기 전반부 프로젝트로 '지구환경 시계를 거꾸로 돌리자' 수업에 참여했다.
'지속가능한 지구환경의 순환은 인간 활동의 의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점을 찾고, 탐구 계획을 세웠다. 조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뒤 다른 학생들과 토론하며 생각을 공유했다. 나아가 배운 것을 일상에서 실천함으로써 개념을 체화(體化)했다.
학생들은 환경을 주제로 한 브랜드를 스스로 디자인하고, 이 디자인을 활용해 캠페인 도구를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동성로에서 환경 문제를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대구초 6학년 정다연 학생은 "보통은 지구온난화가 어떤 점에서 나쁘다는 것만 설명해주고 끝난다. 하지만 프로젝트 수업에 참여하면서 지구온난화가 우리 생활에 전반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폭 넓게 이해하고 실생활에서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변영은 대구초 교장은 "IB교육이 추구하는 인재상에 걸맞은 2015 개정 교육과정과 시교육청에서 추구하는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서 향후 IB후보학교로 승인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지역 유지들의 뜻이 모여 탄생한 학교

현풍초의 모태는 1906년 4월 당시 현풍 군수 김승표를 중심으로 지역 유지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사립구양학원'이다. '구양(龜陽)'이란 '구천이 앞에 흐르는 양지바른 곳'이라는 의미로, 구천(龜川)은 현풍천을 가리킨다.
외교권 박탈 등 국운이 기울기 시작한 때 개교한 현풍초는 국력 강화와 독립에 중점을 둔 교육 운동에 힘을 실었다.
현풍초 백주년사에 따르면, 현풍초 17회 졸업생인 송정 곽무곤은 1928년 4월 25일 순종 황제의 기일을 맞아 5, 6학년 남학생 전원과 함께 옛 사직산에 모여 북쪽을 향해 꿇어 앉아 참배를 했다고 한다.
현풍초 후문 왼쪽 화단 끝자락엔 일제 당시 학생들에게 충성 맹세를 강요한 '황국신민서사비'도 아픈 역사의 상징으로서 남아 있다. 슬픈 역사지만 교육을 통해 이러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자는 의미로 보존 중이다.
◆'IB' 통해 새로운 100년으로


긴 역사 만큼 시대 흐름에 따라 현풍초의 교육 목표와 철학도 함께 변화해 왔다.
2020년대에 들어선 대구시교육청 핵심 사업인 IB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20년 3월 바칼로레아(IB) 기초·관심학교로 시작해 이듬해 IB본부로부터 IB 후보학교 승인을 받았고, 오는 10월에는 IB 월드스쿨로 인증 받을 예정이다.
현풍초 5학년 학생들은 지난 3, 4월 'Who we are(우리는 누구인가)'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인권 존중은 인간 존엄성을 보장하고 삶의 가치에 영향을 준다'는 핵심 아이디어를 배워갔다.
자신 반만의 인권선언문을 만들어 보거나, 세계인 인권 보장 방안을 구상해 UN사무총장에게 건의하는 편지를 쓰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배운 내용을 실천했다.
이번 탐구에 참여했던 현풍초 5학년 한 학생은 "인권을 어떻게 존중해나갈지 탐구한 것을 바탕으로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생활 속에서 나와 다른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 미래로 가는 열쇠는 '공간'

현풍초는 IB교육 등 미래교육 도입에 발맞춰 학교 공간의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대구 최초로 '메이커스페이스 토탈 공간'(상상마루)을 구축했다. 학생들이 창의적 문제 해결력과 협업, 참여, 공유 능력을 키우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도록 체험, 토의, 창작 등의 공간으로 나눴다. 이곳에선 IB 교육과 연계해 다양한 교과 융합 프로젝트 형태의 수업들을 진행할 수 있다.
조원호 현풍초 IB 학습코디네이터는 "학생이 프로젝트 수업 중 구상만 해왔던 친환경 자동차 모형을 상상마루에 있는 3D프린트를 통해 직접 만들어봄으로써 실제로 눈 앞에 있는 것을 관찰하며 더 깊이 있는 탐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풍초는 학생의 미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공간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김성곤 현풍초 교장은 "공간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획일적인 공간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기주도성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도록 복층 도서관과 모둠토의 및 발표 공간 등을 마련하는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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