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나, 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        

입력 2022-07-11 06:30:00

반복되는 일상 속 내 삶의 여백을 채울 '첫 번째 질문'
광활한 우주 속 우리의 존재는 뭘까…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처음 하는 질문이 무엇인가요?

"공부 열심히 했니?" "선생님 말씀 잘 들었니?" "오늘 시험 잘 쳤니?"... 온통 의무와 당위로 가득 찬 질문을 기계적으로 하지 않는지 문득 반성해봅니다. 이러한 물음에 아이들은 어떤 반응을 할까요? 대답을 위해 곰곰이 생각하거나 신이 나서 자기 경험을 이야기할까요?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상의 반복 속에서 우리의 감각이 무뎌지듯 나와 너, 우리에 대한 물음도 건조해지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봅니다.

'첫 번째 질문'의 표지

◆ 삶의 여백을 채워줄 질문

"오늘 하늘을 봤나요? 하늘은 멀었나요, 가까웠나요?" 그림책 '첫 번째 질문'(오사다 히로시 글, 이세 히테코 그림)의 페이지를 넘기면 맞이하는 질문입니다. 저도 모르게 창밖 하늘로 시선이 향합니다. 그리고 미묘한 하늘의 변화를 살피게 됩니다. 다음 페이지에서는 구름이 어떤 모양이었는지, 바람은 어떤 냄새였는지 묻습니다. 노란 장화를 신은 어린 소녀가 물에 비친 구름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는 배경의 그림에 하염 없이 집중하게 됩니다. 시각, 촉각, 후각으로 하늘, 구름, 바람을 느낍니다. 몸의 감각이 살아서 움찔거립니다.

커다란 나무 곁으로 울면서 걸어가는 조그만 아이가 보입니다. 떡갈나무나 느티나무 아래서 문득 걸음을 멈춘 적이 있는지, 길가에 선 나무의 이름과 그것을 친구라고 생각한 적이 있는지 묻습니다. 자연스레 어린 시절 한 장면을 회상하며 물음에 반응하게 됩니다.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몸과 마음이 움직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질문이 바뀌면 삶을 대하는 태도도 변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오늘 고맙다고 말한 적이 있는지, 창문 넘어 길 저편에 무엇이 있는지, 빗방울 가득 머금은 거미줄을 본 적은 있는지 묻는다면 어떨까요? 좋아하는 꽃 일곱 가지를 꼽을 수 있는지, 나에게 '우리'란 누구인지, 침묵에는 어떤 소리가 나는지 등 물음에 아이들이 어떤 답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흔히 그림책을 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책이라고 합니다.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책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물음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기에 좋습니다. 또 어른들에게도 스스로 던지고 싶은 질문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가장 하고 싶은 일과 인생의 재료, 행복 등 잊고 지내던 물음과 만나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해 떠밀려가듯 매일 부유하는 일상에서 잠깐 멈추고 숨을 크게 내쉬며 만나게 되는 여백을 어떤 질문으로 채울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의 표지

◆ 나, 너, 우리에 대한 탐구

앞의 그림책으로 우리의 감성이 촉촉해졌다면 이번에는 좀 더 이성적이며 근원적인 물음에 도전해볼까 합니다. 나는 누구이며 우리는 이 우주에서 어떤 존재일까 궁금해 본 적이 있나요? 지구는 어디에서 출발했고, 우주는 대체 얼마나 광활한지, 세상이 무엇으로 이뤄져 있고, 우리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지 등의 묵직한 물음은 어떤가요. '내가 누구인지 뉴턴에게 물었다'(김범준 지음)는 통계물리학을 전공한 물리학자가 아름다운 시선으로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갑니다. 딱딱할 것만 같은 물리적 이론이 아름답다고 하는 형용사와 함께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요? 이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우리의 시선을 우주로 돌립니다. 그리고 거대한 우주 속에서 나를 발견하도록 유도하고, 시간과 공간의 틀 속에서 나의 존재를 살펴보게 합니다. 이성으로 자신이 우주의 티끌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 우리 인간이 과연 어떤 티끌인지 알아내고자 애쓰는 활동에 주목합니다.

세상은 무엇으로 구성돼 있을까요? 고대부터 동·서양의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탐구한 내용이 흥미롭게 적혀 있습니다. 인간만이 세계를 구성하는 물질에 호기심을 품고, 자연의 경이로움을 보고, 그 끝을 알 수 없는 우주를 탐구해 왔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인간의 지적 호기심이 지속되며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지 질문합니다.

우리의 모습은 왜 이렇게 생겼을까요? 코끼리는 왜 그렇게 큰 귀와 다리, 주름진 피부를 가졌을까요? 지구가 둥근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렇게 생긴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음을 중력과 전기력이라는 힘의 관계로 모양과 생김새를 살핍니다. 그래서 나와 너의 모습이 다 아름답다는 것을 깨닫게 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인간이 아닌 또 다른 지적 존재의 창조에 힘쓰고 있습니다. 또 한편, 엄청난 기후 변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래는 어떻게 바뀔까요? 카오스 이론의 나비효과는 작은 움직임이 엄청난 결과의 변화를 만들 수 있음을, 미래가 결정돼 있지 않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선택의 연속이 현재의 나를 만들었듯 오늘 내가 한 선택의 작은 차이가 내가 만날 미래를 크게 바꾸지 않을지 질문하게 합니다. 그래서 오늘 무엇을 해야 할까? 스스로 묻게 됩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최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