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을 놓고 중국 당국과 관영 매체들이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주권국의 외교에 대한 간섭으로 매우 무례하다. 하지만 우리 외교부는 공개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어 '대중(對中) 굴종 외교 시즌 2'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지난달 29일 '아시아·태평양 국가들은 나토의 위험한 담장 아래 서면 안 된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한국과 일본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비난하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위험한 담장 아래 서지 않는다'(不立乎巖墻之下)는 맹자(孟子)에 나오는 말로 처음부터 위험한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이 신문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한 술 더 떠 지난달 27일 한국을 "체스판 위에 있는 강대국의 '졸'"로 폄하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달 23일 한국 등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지나친 간섭 아닌가'라는 질문에 "나토 정상회의 참석은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반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또 '중국의 내정 간섭에 대해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하거나 경고 메시지를 내놓을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공개적으로 문제 삼을 일은 아니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시각은 종주국과 조공국이라는 중화(中華) 프레임에 갇혀 있다. 시진핑 주석은 "한반도는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다"고 했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시대착오적 중화 제국주의이다. 문재인 정권은 이에 순응했다. 윤석열 정부는 그 전철을 밞아서는 안 된다. 주권국임을 부정하는 부당한 간섭이나 비난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No'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과도한 대응으로 불필요한 충돌을 자초해서도 안 된다. 이렇게 사안에 따른 합리적이고 탄력적인 대응을 하지 않으면 중국의 오만은 더욱 거칠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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