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새책] 류

입력 2022-06-30 11:24:25 수정 2022-07-02 06:47:39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해피북수투유 펴냄

이 책은 1970,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할아버지 예준린의 죽음을 목격한 예치우성이 살인범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리 소설이다. 주인공 예치우성은 보통의 소년이 겪는 보통의 성장통을 겪으면서도,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의 단서를 조금씩 찾아간다. 마치 현실세계에 사는 평범한 남자가 4차원을 넘나들듯 예치우성은 현재와 과거를 옮겨다니며 사건의 실마리에 가까워진다.

이 책은 완벽하게 자취를 감춘 범인을 쫓는 과정과 전혀 의외의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치밀한 반전이 잘 설계돼 있다. 그러면서도 시대적·역사적 배경과 3대에 걸친 세대의 중첩은 대하소설의 모양새도 갖추고 있다.

지은이는 이 책을 통해 대만 사회를 배경으로 중일전쟁과 국공내전이라는 피 튀기는 현장, 조직폭력단의 항쟁, 군사훈련이 강제되는 독재사회, 애절한 첫사랑과 실연, 온 세상을 누비는 인물들의 모험을 다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유령, 분신사바, 도깨비불이라는 초현실적인 요소도 가미해 불가사의한 분위기도 자아낸다.

이 책은 국내에 출간이 결정되기 전부터 일본소설 마니아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일본 최고의 문학상 중 하나인 '나오키상' 수상작 중 2000년대 들어 처음 심사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대상'에 선정됐고 '일본 서점대상'까지 수상하며 일본 3대 문학상을 동시 석권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은이 '히가시야마 아키라' 역시 이 책을 통해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던 일본 문단을 구원할 새로운 희망으로 평가받았다.

일본 대표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나오키상 심사평을 통해 "심사를 맡은 이래 단연 최고의 작품"이라며 "치안과 질서가 불안정한 땅을 무대로 삼은 소설은 다이내믹하고, 전대미문이었으며 통쾌해서 작중에 등장하는 파이어버드에 올라탄 듯한 질주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483쪽, 1만5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