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공공기관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큰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서 몸집을 키웠던 공공기관들이 윤석열 정부의 '작은 정부' 기조에 따라 조만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대통령이 공공기관 혁신을 언급할 정도로 공공기관 경영 상태는 부실하고 방만하다. 350여 개 공공기관의 순익은 2016년 15조7천억 원에서 작년 10조8천억 원으로 급감했다. 반면 부채는 499조 원에서 583조 원으로 100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직원 수는 33만 명에서 42만 명으로 늘었고, 인건비는 22조9천억 원에서 30조3천억 원으로 급증했다.
공공기관들이 겉만 커지고 속은 텅 비게 된 것은 문 정부 책임이 크다. 탈원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정부 정책을 추진하는 데 공공기관을 앞장세웠다. 공공기관들도 정부 정책을 추종한 탓에 직원 수와 부채는 증가한 반면 순익은 감소하는 등 경영 상태가 부실해졌다.
윤 대통령이 "공공기관 평가를 엄격히 하고 방만하게 운영돼 온 부분은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며 공공기관 혁신 방향을 잡은 것은 탁견이다. 문 정부는 정부 정책에 총대를 잘 메는 공공기관이 더 높은 평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평가 방식을 바꿨다. 공공기관을 혁신하려면 문 정부가 대폭 높여 놓은 사회적 가치는 배점을 낮추고, 경영 성과 배점을 다시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공공기관의 자구 노력도 당연하다. 일부 공공기관은 경영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더 이상 용납해선 안 된다.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공공기관이 먼저 솔선해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공공기관이 공익 확대라는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도록 구조를 바꾸는 것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공공기관 혁신이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공공기관 요직에 자기편 인사를 내려보내는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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