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타 시대와 뇌과학, 그리고 신경윤리학

입력 2022-06-21 16:40:26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책임행정원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책임행정원
강태우 한국뇌연구원 책임행정원

2021년 10월 글로벌 SNS 기업인 페이스북은 회사 이름을 '메타(Meta)'로 변경했다.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증강현실과 같은 메타버스(Metaverse) 시대에 따라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으로 새로이 도약한다고 밝혔다.

흔히 사용하는 접두어인 메타는 '~에 대해서' 또는 '~를 넘어서, 사이에'라는 의미다. 메타버스는 기존 세계관을 넘어 다중으로 연결된 세계관을 뜻한다. 문학에서 메타포(Metaphor)는 은유와 비유를, 행정학에서 사용하는 메타거버넌스(Meta-Governance)는 기존 거버넌스를 넘어서는 새로운 수평적 참여 형태를, 그리고 메타윤리학(Meta-Ethics)은 윤리의 속성과 태도, 판단의 본질을 이해하는 윤리학을 말한다.

메타라는 단어는 뇌과학에서도 사용되며,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예로 들 수 있다. 메타인지는 쉽게 말해 내가 가진 능력을 파악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어떤 점을 보완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파악하는 능력을 말한다.

논어 위정편에 나오는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아는 것을 안다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앎이다)"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메타인지는 뇌발달과 학습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청소년들의 학습능력 진단과 향상을 위해 연구되는 분야다. 메타인지 능력을 키우면 성인이 되어서도 본인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현재 인공지능은 뛰어난 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가 수행한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진화로 인간의 일자리, 능력과 존재 자체를 모두 대체할지 모른다는 다소 극단적인 우려가 제기된다.

그러나 다수 학자들은 인간만 메타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한다. 외부환경 변화, 유동적인 상황에 맞는 인식과 적응 능력을 개발하는 것은 오로지 인간만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교육학에서도 메타인지 능력 향상을 통한 효율적 교수법 개발을 위해 연구하고 있으며, 향후 뇌과학과 연계해 융합연구를 통한 새로운 연구방법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이런 뇌발달 과정에서 능력 향상은 항상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뇌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기에 성장 과정에서 항상 유동적이다. 뇌과학은 아직 미지의 영역으로 표준화된 방법 개발과 적용에는 한계가 있다.

유전적 요인, 성장 과정, 외부 자극 등에 따라 뇌의 생물학적 특징이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나노기술, 양자컴퓨팅 등 첨단과학기술과 융합으로 뇌과학도 분명히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인간 뇌에 대한 활용과 접근은 다양한 관점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최근 디지털 치료제, 전자약 등 뇌과학을 접목한 새로운 초융합 기술 개발을 위해 여러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뇌를 대상으로 하는 과학적 연구에는 윤리적 선행검토가 수반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흔히 윤리라고 하면 규제를 떠올리지만, 윤리는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 구성원이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사회적 합의를 말한다.

과학기술의 목표도 결국 우리 사회의 발전과 지속성장을 위한 것이며, 특히 뇌과학에 대한 연구는 반드시 윤리적 검토를 전제해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신경윤리학'이라고 하며, 앞서 언급한 메타윤리학과 같은 방법론을 응용하여 뇌과학의 윤리적 판단과 평가, 탐구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실증하는 연구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인문사회학과 뇌과학 등 학제 간 연구로 연구개발을 촉진함과 동시에 예상되는 윤리적, 법률적 문제점에 대한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함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