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최저임금 1만원

입력 2022-06-20 19:36:02 수정 2022-06-21 14:40:22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석민 디지털논설실장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지인(知人)이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어떻냐?"고 물었다. 월급쟁이 입장에서 솔직히 답했다. "정년퇴직 이후 최저임금 수준이라도 안정적인 직장을 갖는다면 노후 걱정은 없겠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가끔씩 퇴직 이후를 걱정하게 된다. 마음뿐, 준비라는 것도 허망하다. 고용해 줄 곳을 찾기 어려운 만큼, 차라리 내가 내 일을 만드는 편이 나을 듯도 하다. 무엇을 할지 구체적이진 않지만 가이드라인은 분명해진다. 비록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하더라도 '남'을 고용해서 하는 일은 절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1인 기업'이 정답처럼 다가온다. '최저임금 1만 원'은 이처럼 두 얼굴을 가졌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가 2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한다. 2015년부터 매년 시급 1만 원 이상을 최초 요구안으로 내놓았던 노동계는 '시간당 1만 원 이상'을 제시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아마도 경영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동결(9천160원)을 제안할 전망이다.

물가 폭등으로 인한 고통은 경영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동자들도 가만히 앉아서 월급을 약탈당하는 꼴이다. 올해 말쯤 대출금리는 8%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2년 전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을 구입한 사람)의 대출 상환액은 30~40%나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생계 파탄이 우려될 지경이다. 한 식품 회사는 매월 50~80%씩 뛰는 원·부자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구내식당을 접으려 했다가 직원의 반발로 없던 일이 됐다. 회사 밖에는 만만한 점심 메뉴조차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최저임금이 높아도 일할 곳이 없는 노동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최저임금은 최저생계비와도 구별해야 한다. 삶은 가구 단위로 이뤄진다. 일하는 가구 구성원이 많을수록 경제적 안정을 이루기 쉽다. 최저임금 결정이 고용을 줄여 일자리를 감소시키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과 상관없다'는 억지 주장도 있다. 대다수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현실에 눈감은 배부른 소리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현명한 합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