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쇠락에 아파트 입주 잇따르는 대중교통전용지구…“‘북측’ 만이라도 해제해야”

입력 2022-06-22 15:22:29 수정 2022-06-23 09:31:55

줄어드는 유동인구에 침체한 중앙로…주상복합아파트 사업 러시
아파트 주거 인구 급증 전망…교통대란 우려↑
대구시 "올 하반기까지 종합적인 교통 분석 진행할 것"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2일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시내버스가 달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2일 대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시내버스가 달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2009년 국내 처음으로 도입된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쾌적한 보행자 공간 확보와 대중교통의 원활한 운행에 큰 몫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 구간의 만성 교통 체증이 일부 해소됐고, 도심을 걷는 보행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그러나 도입 13년을 맞으며 도심 유동 인구가 크게 줄었고, 덩달아 주변 상권 지도가 바뀌는 등 도시 환경 변화에 따른 개선의 시기를 맞았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인근에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단지가 잇따라 들어서고 있는 점도 종합적인 교통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로 꼽힌다.

◆줄어드는 유동 인구에 쇠락하는 중앙로 상권

대구시는 지난 2009년 중앙로(반월당네거리~대구역네거리)의 4개 차로를 2개 차로로 축소하는 대신 인도 폭을 기존 3m에서 12m로 늘려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했다. 횡단보도도 3개에서 10개로 늘리는 등 보행자 편의 시설도 확대했다.

이후 인근 교차로의 교통량 감소로 만성적인 교통 혼잡이 개선되는 효과를 거뒀다.

대구시의 '2021년 교통 관련 기초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지난 2019년 중앙네거리와 대구역네거리의 주요 시간대 하루 평균 교통량은 각각 1만5천128대, 2만48대로 집계됐다.

이는 대중교통전용지구로 지정된 지난 2009년과 비교해 중앙네거리(2만581대)는 26.5%, 대구역네거리(2만4천492대)는 18.1% 감소한 수치다.

지난 2009년 하루 3만7천606대가 오가던 반월당네거리도 2019년에는 3만5천456대로 5.7% 감소했다.

22일 대구중교통전용지구 도로가의 한 상가에 임차인을 찾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2일 대구중교통전용지구 도로가의 한 상가에 임차인을 찾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문제는 증가 추세였던 대중교통전용지구 이용 인구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권 변화와 함께 도심 외곽에 대규모 상업시설이 들어선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구시 버스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4개 버스정류장(약령시 앞·건너, 경상감영공원 앞·건너)을 이용한 승객은 지난 2009년 489만 명에서 2016년 703만명으로 43.7% 증가했다.

그러나 동대구역복합환승센터 내 대구신세계 백화점이 본격 운영에 들어가면서 2017년 614만 명으로 감소했고,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에는 681만명을 기록했다.

대구시 서비스인구분석정보시스템에서는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유동 인구 감소세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중교통전용지구 주변 거주 및 유동 인구는 2016년 말 기준 335만2천281명에서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19년에는 129만9천660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남측(반월당네거리~중앙네거리)과 북측(중앙네거리~대구역네거리) 모두에서 급격한 유동인구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남측은 2016년 203만5천728명에서 2019년 78만9천359명으로 61.2% 줄었다. 같은 기간 북측은 131만6천553명에서 51만301명으로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유동인구가 감소하면서 주변 상권도 극심한 침체에 빠졌다. 중앙로 남측 상권의 중심이었던 대구백화점 본점이 문을 닫았고, 북측도 동아백화점 본점과 롯데 영플라자 대구점 등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준호 동성로상점가상인회 회장은 "남·북측 가운데 북측 상권의 쇠락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며 "상권과 유동인구에 대한 면밀한 분석 등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진단과 개선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대구 중앙네거리 롯데영플라자 대구점 부지에는 주상복합 아파트 개발을 앞두고 현재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매일신문 DB
대구 중앙네거리 롯데영플라자 대구점 부지에는 주상복합 아파트 개발을 앞두고 현재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매일신문 DB

◆재건축 바람에 교통수요 변화…유지 여부 논의 시급

유동 인구 감소와 함께 대중교통전용지구 주변에 재건축 사업이 잇따르는 점도 교통 수요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중심으로 인근에는 현재 24개 단지, 6천가구 규모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추진 중이다. 대중교통전용지구 북측의 경우 옛 롯데영플라자 대구점 자리에 299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는 것을 비롯해 16개 지구에서 3천812가구 규모의 주거단지가 들어설 전망이다.

남측에도 8개 지구에서 2천294가구 규모의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추진 중이다. 1, 2인 가구가 대부분인 도심 주거단지의 특성을 고려해도 적어도 1만 명 이상이 신규 유입될 수 있다는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중앙로에서 2대째 상패전문매장을 운영 중인 정순덕(58) 대표는 "대중교통전용지구 조성된뒤 상권이 무너지면서 문을 닫은 상점이 수두룩하다"면서 "대규모 주거단지가 들어선 이후 교통 마비를 막으려면 북측이라도 대중교통전용지구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오는 9월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일원 교통 현황 분석 용역'을 재개해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해제 여부를 비롯한 다양한 논의를 거칠 방침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중교통전용지구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반면, 부동산 개발업체들이나 상인들의 해제 민원도 많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시민 모두가 불편을 느끼지 않은 방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업시설이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거주 인구가 크게 늘어난 점을 고려해 교통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는 "대중교통전용지구는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다른 지역에서 차용할 만큼 성과를 거둔 정책이지만, 유기체인 도시의 변화에 따라 보완, 수정해 종합적인 교통대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