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90년대생 여성 노동자 10명 중 7명 "더 좋은 일자리 위해 대구 떠나고파"

입력 2022-06-15 17:05:52 수정 2022-06-15 20:05:04

대구여성노동자회 90년대생 여성 노동자 대상 실태조사 발표
응답자 중 71.5% 취업, 이중 81%가 250만원 미만의 임금
절반 이상이 영세한 사업장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 채용과정 차별도

대구여성노동자회(이하 여성노동자회)는 대구의 90년대생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노동 환경과 어려움을 조사한 실태조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대구여성노동자회 제공
대구여성노동자회(이하 여성노동자회)는 대구의 90년대생 여성 노동자들이 처한 노동 환경과 어려움을 조사한 실태조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대구여성노동자회 제공

90년대생 대구 여성 노동자 10명 중 7명 정도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대구를 떠나고 싶어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저임금을 받고, 성차별 등 채용 불공정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여성노동자회(이하 여성노동자회)는 대구의 90년대생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를 15일 발표했다.

여성노동자회는 지난해 8월부터 9월까지 대구 232명, 전국 4천774명의 90년대생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구 여성 노동자들은 전국 평균과 비교해 임금이 낮았다. 대구 전체 응답자 중 71.5%가 현재 취업 상태이며 이중 81%가 25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었다. 전국의 경우 여성 노동자 63%가 250만원 미만의 임금을 받는다고 응답했다. 200만원 미만의 월급을 받는다는 대구 여성 노동자의 비율도 39.9%로, 전국 29.6%보다 높았다.

실태조사에 참여한 90년대생 대구 여성 노동자의 절반 이상은 직장에서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일자리 고용형태가 시간제 또는 아르바이트, 기간제, 무기계약직 등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0.1%였다. 정규직에 종사하는 이들은 44.8%다. 5인 이상 10인 이하 사업장에 일을 하는 비율이 25.9%로 가장 많았다.

여성노동자회는 "여성 노동자 2명 중 1명은 첫 직장에 비정규직으로 진입하고 영세 소규모의 사업장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잦은 이직을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응답자 중 이직 경험이 있다고 답한 149명 중 55.0%는 해고, 계약기간 만료, 권고사직 등으로 비자발적 퇴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퇴사 이유로는 계약기간 만료가 48.2%로 가장 많았다. 이어 권고 사직 29.8%, 수습·인턴기간 만료 11.4%, 해고 10.5% 등의 순이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일부 여성 노동자들은 "그냥 상사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다른 아르바이트생을 뽑는 게 낫다는 이유 등으로 권고 사직을 당했다"고 응답했다.

채용과정에서도 응답자의 39.2%가 성차별 등 불공정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모집 과정에서 성별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여성은 거의 뽑지 않은 관행 등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생각이 있다는 90년대생 대구 여성 노동자들은 전체 응답자의 73.3%로, 전국 비율 27.9%과 비교해 훨씬 높았다.

심순경 대구청년유니온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은 "대구의 노동조건은 장시간, 저임금으로 대표된다. 열악한 일자리라도 얻어보고자 취업 준비를 하는 여성들은 채용 성차별도 경험하고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 돌봄의 공공성 강화,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한 전담체계를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지고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