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자금인 '분양촉진자금' 활용…"조합 총회도 거치지 않았다"
시행대행사 대표 "조합 동의없이 큰 금액 움직이는 건 불가"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사건의 발단이 된 '신천시장 도시환경정비사업'의 시행대행사가 자금 유용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데 이어 무일푼으로 상가의 핵심시설로 꼽히는 영화관을 분양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분양촉진자금으로 영화관 계약
지난 2013년 신천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신천시장정비사업조합'은 같은 해 A씨가 대표로 있는 시행대행사와 계약을 맺었다. A씨는 이달 9일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 방화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피의자 천모(53) 씨와 송사를 치른 인물이기도 하다.
이 정비 사업은 2018년 주상복합상가로 첫 삽을 떴다. 2년 뒤 지하 4층과 지상 15층에 오피스텔과 상업근린시설 등으로 건립됐다. 이 가운데 지상 4층부터 8층까지 모두 6천여㎡(2천평) 규모인 영화관은 조합 신탁물건 가운데 분양가치가 높았다.
문제는 영화관 분양을 두고 A씨의 시행대행사가 수분양자로 되기까지 자금 유용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시행대행사가 영화관에 손을 댄 시점은 지난 2019년쯤이다. 당시 시행대행사는 조합이 분양율을 올리기 위해 시공사로부터 빌린 분양촉진자금 30억원을 본사 법인 계좌로 받았고, 이 가운데 12억원을 들여 그해 5월 영화관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두고 조합원들은 시행대행사가 무일푼으로 영화관을 차지했다고 주장했다. 조합 명의로 분양촉진자금을 시행대행사 계좌로 받아 계약금으로 사용한 것은 물론, 총회 의결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조합원은 "12억원은 조합 명의로 빌렸기 때문에 조합 돈이지 시행대행사 돈이 아니다. 당시 조합 총회를 거치지도 않아 상당수가 몰랐고, 이후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관은 당초 2016년 B업체가 이미 분양가 87억원 중 4억3천500만원의 청약금을 들여 계약한 상태였다. 이 때문에 조합원들은 시행대행사가 처음부터 분양촉진자금으로 영화관을 취하려 했다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조합원은 "미분양 물건을 계약한다고 자금을 끌어왔는데, 버젓이 주인이 정해진 영화관에다 돈을 넣었다. 납득하기 힘들고 시행대행사의 대표인 A씨가 처음부터 영화관을 취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영화관 개관 지연에 분통
시행대행사가 이미 계약된 영화관을 차지하기 위해 갖가지 수를 쓴 정황도 확인됐다. 첫 영화관 계약자인 B업체에 따르면 2019년 4월쯤 시행대행사로부터 갑작스럽게 분양가가 120억원으로 올랐다는 통보를 받았다.
B업체 관계자는 "물가와 공사비가 상승했다면서 33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전달받았다. 우리가 계약자였는데 당황스러워 답변도 하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B업체는 납득하기 힘들다며 소송을 준비했고 몇 달 뒤 시행대행사는 B업체에 새로운 법인을 만들어 동업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이 작성한 합의서를 살펴보면 시행대행사가 계약한 12억 가운데 절반인 6억원을 각각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 영화관의 분양자는 이들의 동업으로 설립된 C업체로 지정돼 있다.
건물 준공 2년째 영화관이 운영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분양가 120억원 가운데 잔금 45억원을 치르지 못하면서 개관은 지연되고 있다. 최근에는 'KB부동산신탁'에서 이곳 영화관에 대해 공매를 개시했고, 시행대행사는 소유권을 주장하는 유치권 현수막까지 붙였다. 상가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는 영화관의 영업 시점이 까마득해지자 일반 분양자로 온 이들의 불만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행대행사 대표 A씨는 "분양촉진자금으로 영화관을 계약했지만 모두 조합 계좌로 다 들어갔다. 또 이처럼 큰 금액을 조합 이사회 또는 총회를 거치지 않고 움직이는 건 불가능하다"며 "B업체에 공사비가 올랐다고 얘기한 건 몇 년 사이 오른 자잿값을 고려했다. 그리고 B업체는 당시 가계약서를 쓴 청약자였기 때문에 우리가 계약할 수 있었는데, 도덕적으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동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화관은 바로 상영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돼 있다. 복잡한 문제들만 끝나면 개관할 수 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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