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워 민감한 사건 맡겠나…" 대구 방화사건에 변호사 테러 공포

입력 2022-06-10 17:42:39 수정 2022-06-10 20:54:33

의뢰인이 욕하거나 달려드는 일 드물지 않아… "사무실 문 잠그고 있어야 하나"
대한변협 이번 사건 '변호사 테러' 규정, 특별위원회 구성해 보호책 마련 방침
대구법원 위험물 반입미수 지난달만 29건, 보안대책 강화 검토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 건물 근무 직원들이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대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인근 변호사 사무실 빌딩에서 화재가 발생, 건물 근무 직원들이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대피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대구 변호사 사무실 방화 참사로 7명이 사망하면서 지역 변호사 업계와 법원도 충격에 휩싸였다.

방화범이 민사소송 상대방 변호사에게 품은 극도의 원한이 범행 동기로 추정되는 가운데 유사 사건을 방지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대구 법조계는 갑작스러운 비보에 따른 침통함 속에 유사 사건이 또 벌어지진 않을지 걱정으로 가득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의뢰인이 욕설을 하거나 심지어 싸우려 달려드는 봉변을 당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게 생긴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 소식을 접한 한 변호사는 "소송에 오랜 기간 전력으로 몰입한 사람이 이성적 능력을 잃고 중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사례"라며 "같은 변호사로서 마음이 무겁고 한편으로는 어떤 변호사든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일부 변호사 사무실에서는 "악성 민원인이 언제 올지 모르는데 문을 잠그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 "너무 민감한 사건은 맡기 부담스럽다"는 등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변호사 단체들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9일 이번 사건을 '변호사를 겨냥한 무자비한 테러'로 규정하고 "변호사 개인을 향한 범죄를 넘어 사법체계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변협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물리력으로부터 변호사들의 안전을 담보하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대구변호사회도 변호사를 상대로 한 보복행위에 대한 예방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이석화 대구변호사협회장은 "재판 패소 후 원한이 생기지 않도록 지원 및 상담을 제공하는 제도를 정부와 함께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대구법원 역시 보안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이번 사건이 법원에서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송사와 관련이 있었고, 비슷한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차원에서다.

대구법원은 건물이 노후한데다 법정과 본관 건물을 중심으로 신관, 신별관 등 저층건물이 계속 증축된 형태여서 출입구가 많고 보안상 취약점이 적지 않다.

대구법원 측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29건의 위험물이 검색대에서 적발됐다. 칼이나 가위 등 문구 및 공구류가 17점이었지만 도검류로 구분되는 흉기도 12점 나왔다.

대구법원 관계자는 "손도끼나 회칼 등을 소지하고 들어가려다가 적발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고, 10여년 전에는 건물 내에 시너를 반입하려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도 있었다"면서 "보안대책이 충분한지 재검토하고 필요할 경우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