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재임 구윤철 전 국무조정실장 "대구경북 기업 유치, 대학 혁신이 우선"

입력 2022-06-09 17:01:48 수정 2022-06-09 21:08:16

"소득주도성장, 좀 더 세심했다면 괜찮은 정책"
"스태그플레이션 상황, 신산업 육성하면 위기 극복 가능해"
"대학 정원도 수요 맞춤형으로 가야… 지방대학 특성화 필요"
"검찰출신 인사, 무조건 나쁘게만 봐선 안 된다… 적소 먼저 생각해야"
"대구경북, 산업·인력·물류 3가지 구축에 힘 쏟아야"

지난 7일 퇴임한 구윤철(57)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9일 서울 프레스센터 매일신문 서울지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지난 7일 퇴임한 구윤철(57)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9일 서울 프레스센터 매일신문 서울지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지난 7일 퇴임한 구윤철(57)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은 노타이 차림에 백팩을 매고 인터뷰 약속장소인 서울 프레스센터 매일신문 서울지사에 나타났다. 그는 가방안에서 노트북 PC를 꺼내보이면서 전국 어느 커피숍이든지 자신의 사무실로 삼으며 다양한 퇴직 후 활동을 할 것이라고 했다.

행정고시 합격 후 34년 공직생활, 1급 이상 최고위직만 무려 16년을 한 고위급 공무원 출신이지만 버스·지하철·걷기 등에 능하다는 그는 새로운 인생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고 했다. 앞으로 책도 쓰고 전국을 다니며 공직생활을 통해 얻은 지식을 나누는 일은 물론, 고향인 대구경북 발전을 위한 고언도 쏟아내보겠다고 말했다.

-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해보자. 최장수 국무조정실장이란 관형어가 이름 앞에 따라붙고 있다. 공직 장수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2020년 5월9일부터 2022년 6월7일까지 했다. 세어보지 않았는데 국무조정실 직원들이 760일이라고 하더라. 보통 국무조정실장은 길어야 1년여인데 내가 좀 길게한것 같다. 비결? 내 말을 하면 안된다는 것을 신조로 삼았다. 얘기를 듣고 길을 열어줘야한다. 여러 부처 사람들에게 상대의 얘기를 듣게했다. 이렇게되면 이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고 정리가 된다.

- 기억에 남는 국정과제 해결이 있다면?

▶가상자산 문제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600만명이 이 시장에 들어와서 어떤 문제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금융위, 기재부, 과기부, 경찰청 등 모두 모아 회의를 하는데 잘못 건드렸다가는 큰일 나니까 서로 책임을 안질려고 했다. 해결책을 만들어야했다. 예를들어 경찰에는 무조건 검거하는 방식 말고 컨설팅을 해주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효과가 있었다. 무서워서 도망다니던 시장 참여자들이 협조를 해줬다. 이 문제가 터지면 청년 투자자들이 크게 낙심할텐데 미리 선제적 조치를 했다. 지난해 9월24일 가상자산 4개에 대해 은행 거래 정상화를 시키는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했다. 임기동안 온갖 과제를 다 해본 것 같은데 유능한 정부는 이런 조정을 잘 해내야 한다.

- 문재인 정부 5년을 돌아보면 소득주도성장이라는 경제 정책 구호가 간판으로 달려 있었다.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실패라고 보는가? 아니면 실패했지만 일정 부분 성과는 있었다고 보나?

▶소득주도성장은 소득이 낮은 사람에게 임금을 올려주는 한편, 통신비 절감 등 비용도 줄여주는 방법으로 소득을 보완하는 정책이다. 그러니까 어느 정부든 추진하는 소득보완책이다. 그런데 이것이 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책인 것처럼 비쳐지면서 국민들 사이에 반감을 불러오고 문재인 정부 임기 첫해에 16.4%에 이르는 최저임금 상승까지 단행되자 문제가 일어났다. 소득주도성장이라고 하는 개념이 주머니가 가벼운 어려운 계층의 소득을 보완해 주고 비용을 낮춰줘서 이 사람들이 생활비를 줄여 잘 살수 있게 해주는 것인데 이 정책이 마치 경제 발전을 일으키는 것인양 잘못 네이밍된것이 화를 불렀다. 좀 더 세심하게 했더라면 괜찮은 정책일 수도 있었는데 네이밍, 그리고 추진 과정의 문제로 인해서 국민들한테 오해를 만들어냈다. 나쁜 정책으로 오인받으면서 이에 대한 반성을 했고 결국 혁신성장 정책으로 방향타를 바꿨다. 지난해 4%까지 성장을 했는데 어쨌든 지표상으로는 경제 부문에서 문재인 정부가 잘 대응했다고 판단한다.

- 지난 5년을 돌아보면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 설정에서 큰 아쉬움이 있었다는 목소리가 크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공수처 설치 등 국민의 관심 분야가 아니라 법조인 문 대통령의 관심 분야에 지나치게 많은 집중이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문재인 정부 때 100개 국정과제, 그리고 500개 정도 단위과제가 있었다. 여기서 다양한 분야에 대해 모두 대응을 해왔다. 그런데 몇몇 과제가 돌출이 되면서 소득주도성장처럼 네이밍이 됐고 마치 몇몇 과제만 존재한 것처럼 보이는 억울한 측면은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모든 분야를 다 잘 다루려고 했는데 정치권에서 일부 국정과제에 대해서 좀 빨리 가다 보니까 노출이 심하게 되면서 논란이 된 측면이 있다.

- 새정부가 심각한 경제 위기 상황속에 출발했다. 물가 상승, 경기 위축, 금융 불안 등으로 우리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성장률마저 꺾이고 있다. 심각한 위기상황인가?

▶지금 우리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물가는 올라가는 것이다. 그런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셧다운 등 외부적 요인이 크다. 그러니까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된다든가 하면은 곧 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금융위기, 외환위기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정부가 정책 대응을 잘 하고 신산업을 잘 키운다면 충분히 위기 극복이 가능하다.

지난 7일 퇴임한 구윤철(57)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9일 서울 프레스센터 매일신문 서울지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지난 7일 퇴임한 구윤철(57)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9일 서울 프레스센터 매일신문 서울지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무성 객원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에 대해 굉장히 신경을 쓰고 있는데, 방향타를 잘 잡은 것인가?

▶윤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보다는 반도체에 필요한 인력 공급에 대해 교육부가 제대로 안 하고 있다고 호통을 치는 거다. 방향이 맞다. 반도체 산업은 삼성이나 SK가 한다. 그런데 인력은 국가가 키워줘야한다. 해당 기업들이 인력을 키우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 윤 대통령이 방향을 잘 잡고 반도체 뿐만 아니라 바이오, AI, 데이터 등 디지털 쪽에 부족한 인력문제를 해결해야한다. 국가가 전력을 다해 인력 문제를 풀어줘야한다. 그럴려면 대학 정원도 수요 맞춤형으로 가야한다. 수요가 있는 분야는 과감하게 인력을 늘려주고 수요가 없는 부분은 줄여 나가야 한다. 이것이 정부 정책의 기본 방향이 되어야한다.

- 이렇게 되면 대학의 자율성이 높아질텐데 수도권 대학은 잘되고, 지방대학은 더욱 힘들어지지 않을까?

▶그렇다. 수도권 대학이 커지고 학생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해결책은 지방대학 특성화다. 과거 경북대 전자공학과 모델이 있다. 그런 식으로 특성화를 시켜줘야 한다. 그래야 지방 대학도 크고, 지방도 살아남는다. 지혜를 모으면 된다. 그 지역에 필요한 인력은 그 지역 대학에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한다. 인력 공급이 되어야 산업도 성장할 수 있고 일자리도 만들어진다.

- 새 정부 인사 얘기를 좀 해보자. 청와대에서 인사비서관도 했는데 검찰 출신을 윤 대통령이 너무 많이 인재로 등용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인사는 적소를 먼저 생각해야한다. 인사를 하려는 이 직위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지를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면 이를 해결할 사람이 누구냐라는 답이 나올 것이다. 검찰 출신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이 직위를 누가 가장 잘할 수 있느냐, 이 일을 대한민국에서 누가 가장 잘 할 수 있을 것이냐를 찾으면 된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상관없다고 본다. 금융감독원 같은 곳에 가서 규율을 좀 세울 필요가 있다고 봐서 검찰 출신을 선택했다면 인사를 잘 한 것으로 봐야한다. 무조건 검찰 출신이라고 나쁘게만 봐서는 안된다. 공직 인사도 이제 시각을 좀 바꿀 필요가 있다. 내가 공직 인사를 오래 해봤으니까 그런 생각이 확고하다.

- 윤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나왔다.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을 모셔본 사람으로서 청와대에서 나온 것을 어떻게 평가하나?

▶대통령이라는 직위가 공간 장소적인 지배를 받는 게 사실이다. 청와대라는 장소를 일단 윤 대통령이 벗어났으니까 장소 문제는 해결이 된 거다. 그 다음은 인식이다. 장소가 바뀐다고 해서 인식이 변하지 않으면 소통이 안된다. 이제 청와대 밖으로 나왔으니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 대구경북이 압도적 지지를 보낸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새 정부에 대한 대구경북의 기대가 크다. 기업 투자유치를 통한 경제발전이 대표적 기대치인데 기대가 현실화될까?

▶기업들이 경기도를 잘 안 벗어나려고 한다. 서울 남쪽으로는 판교가 한계선이라고 하고, 멀리 간다면 충북 오송, 정말 한계치를 정하면 대전이라고 한다. 앞서도 얘기했지만 이런 난관을 뚫으려면 대구경북에 좋은 인력이 있어야 한다. 대구가 물산업을 하려면 경북대나 영남대에 관련 학과가 있어야 한다. 대구가 로봇한다는데 대학이 얼마나 많은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 지역 산업에 인력 공급을 할 수 있는 대학 혁신이 필요하다. 산업이 서고, 인력이 공급되면, 이후 물류 교통만 해결해주면 끝난다. 3가지 축을 구축하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야한다.

- 부산, 울산, 경남이 메가시티를 통해서 뭉치고 있는데?

▶대구경북도 뭉쳐야한다. 그래야 수도권과 경쟁이 된다. 뭉치면 중복 투자가 없고 분업화가 가능하다. 부울경은 뭉쳐서 30여개 과제에 대해 중앙정부 예산을 따냈다. 대구경북은 그런 것이 없다. 안타깝다.

-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조성을 위해 특별법을 추가로 만들어야한다는 지역내 목소리도 있는데?

▶대구공항 이전은 군공항 이전법에 따라 기부대 양여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존 법안으로 이전작업이 충분히 가능하다. 사업을 추진하다가 비용이 모자라면 정부가 법률 없이 보조금으로도 지원이 가능하다. 법안을 새로 만드는데 너무 노력을 쏟을 필요는 없다. 그래도 지원이 안된다면 특별법 등을 만드는 노력과 조치도 필요하다.

사진 이무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