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기업 규제 철폐, 직접 나서겠다"… 수도권 규제 완화 조짐에 우려도
여당 소속 강원·충청 당선인들 경제 발전 공약 이행에 돌입
강원, '특별자치도 출범'에 강원 경제계 기대감 고조
김동연도 '경기 북부 특별 자치도 설치' 내걸어
"TK, 통합신공항에 더해 기업유치, 투자확대 전략 세워야"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여당 소속 광역·기초단체장들이 임기 시작도 전에 대기업 유치, 투자 확대, 규제 완화 등 각종 경제 발전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면서 대구경북 경제계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임기는 오는 7월 1일 시작되지만 최근 삼성과 SK, 현대중공업그룹,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이 1천6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단체장 직무를 수행하려는 당선인들이 임기 시작 즉시 '본게임'에 돌입하기 위해 벌써부터 총력전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尹 "기업 규제 철폐, 직접 나서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렵고 복잡한 규제는 제가 직접 나서겠다"며 기업규제 철폐에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업에 대한 규제를 '모래주머니'에 비유하면서 "모래주머니를 달고선 글로벌 시장에 가서 경쟁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 문제에 대해 자신이 리더십을 갖고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관가 일각에서는 국회 여소야대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가 현실적으로 여러 제약이 많은 법 개정보다 시행령을 통한 규제 완화에 신속히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기업 규제 혁신 기조에 발맞춰 연일 정부 부처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 총리는 지난 3일 첫 기업 현장간담회에서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부처 책임자와 기업을 방문해 규제 등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 노력하겠다. 우리 목표는 한국 산업의 경쟁력, 생산성을 높이려면 투자가 주도해줘야 한다는 '투자주도 성장'"이라며 "단기적으로 기업의 투자나 사업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해서 최대한 빨리 해결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규제 혁신을 하려는 통치권자(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매우 큰 규모(조직)가 여기에 투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핵심 경제 기조인 '민간 주도 성장'과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확대 등을 담은 국정과제를 발표한 점이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1천조원을 훨씬 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끌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롯데 등 5대 그룹과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그룹, 신세계, 두산이 발표한 향후 투자액은 1천60조6천억원에 달한다.

◆수도권 규제 완화 조짐에 지역 경제계 위기감
하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 신호가 감지되자 지역 경제계에서는 오히려 다시 한 번 치명타를 입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수도권 공장 입지규제 완화 카드는 국가균형발전을 역행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가장 강력한 수도권 규제인 '공장 총량제'와 같은 수도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기도 정치권과 경제계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공장총량제는 서울과 인천, 경기에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을 정해두고 이 범위 안에서만 연면적 500㎡ 이상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미 수년간 이어진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로 지역 경기침체는 더욱 극심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2019년 문재인 정부가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기 용인 설립을 결정하면서 구미 지역민들의 염원이 꺾이자 지역 경제계에서는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 투자를 유도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수도권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2003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일자리가 창출되는 사업이니 어떻게든 되게 하라"며 파주에 52만평 규모의 LG필립스 차세대 디스플레이 공장 설립과 관련 과감한 규제 완화를 지시한 사례에서도 전자·디스플레이 중심인 구미국가산업단지의 반발이 거셌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구미 공단의 주력인 반도체, 첨단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공장들과 대기업의 몇십조 원의 투자가 지난 몇 년간 수도권에 이어 충청권까지 옮겨가면서 지역 위기감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대기업들이 천문학적 투자 계획을 밝혔으나 수도권 규제 완화에 밀려 지역 투자가 상대적으로 묻힐 수도 있는만큼 바짝 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원·충청·경기 기업 유치 '총력전'
대기업의 국내 투자와 맞물려 이번 지방선거에서 여당으로 지방 권력을 교체한 광역·기초자치단체장 당선인들은 기업 유치 관련 핵심 공약 이행에 나서기 위해 유치전에 일찌감치 돌입하고 있다.
12년 만에 보수 진영으로 탈환에 성공한 김진태 강원도지사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부터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원주 유치'를 재강조하면서 지역민들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분위기다.
이와 함께 강원도는 행정체계의 특수성을 인정받아 제주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특별 자치권을 얻게 됐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는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강원 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안'에 따라 각종 규제 완화로 기업 유치, 투자 확대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법안은 강원도에 특별자치 구역이라는 법적 지위를 주고 각종 특례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국가가 강원도의 낙후된 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규제 완화에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특히 중앙행정기관이 행정과 재정상의 특별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고, 각종 시책 사업을 시행하면 강원특별자치도를 우선해 지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향후 강원도가 안정적인 재원 확보는 물론 각종 국가 사업에서도 혜택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충청권도 수도권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에 더해 최근 대기업의 국내 투자와 맞물려 지자체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의힘이 처음으로 충북·충남·대전·세종 등 충청권 광역단체장 4석을 싹쓸이하는 대승을 거뒀기 때문에 '힘 있는 여당 단체장'을 증명하는 것은 물론 향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정부·여당이 중원 지역 공약 이행에 각별히 공을 들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야당이지만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도 국회 다수당임을 앞세우며 공약 실현을 위해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김 당선인은 "규제를 걷어내고 적절한 투자가 되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장 동력이 클 것"이라며 경기도 투자 확대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그는 '임기 내에 경기 북부 특별 자치도 설치'와 관련한 공약 실현에 대해서도 "정부 정책에 의해 이중·삼중의 규제를 받는 경기 북부지역이 독자적인 경제권과 생활권을 가졌다"며 특별자치도 설치 필요성을 연일 내세우고 있다.

◆대구시, 경북도 "기업과 접촉면 늘리겠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대기업 투자 계획과 지역 산업 구조를 고려해 준비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도체를 비롯해 로봇, 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은 대구가 미래 산업으로 꼽고 있는 분야다.
대구시 관계자는 통화에서 "규제 완화 부분은 법적으로 규정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정부 지침이 어느 정도 정해져야 한다"면서 "반도체, 자동차 부품 등 실질적으로 지역에서 유치할 수 있는 분야를 우선적으로 파악하고 있고, 기업과 접촉면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는 민·관 위원 등 30명으로 구성된 '100조 기업유치위원회'를 이달 중 발족해 기업 유치 행보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위원회 발족과 함께 대책을 새롭게 정비하고 있으며, 지역 강점 분야가 우선시돼야 하기 때문에 특화 업종을 중심으로 기업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지역 경제계에서는 대구시와 경북도, 정치권이 지역 최대 현안인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을 마련해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역 경제계 한 인사는 "통합신공항도 대구경북이 단일한 경제권이라는 전제 하에 논의될 때 의미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도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선 필연적"이라며 "실제 타 지자체들의 기업 유치 움직임이 굉장히 치밀하고 분주하다. 새 시장과 도지사, 지역 국회의원들이 서둘러 한마음 한뜻으로 침체된 지역 경기를 되살리는데 집중하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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