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더불어민주당에 뼈 있는 제언을 했다.
6.1 지방선거 당시 박지현·윤호중, 두 공동 비상대책위원장을 중심으로 불거진 내홍을 겪으며 그 여파로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는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직후 이른바 계파 갈등으로 더욱 심화된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을 의식한듯한 언급이다.
그러면서 그 이면에 깔린 의도도 함께 눈길을 모은다.
▶박지원 전 원장은 5일 0시 28분쯤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근의 더불어민주당 상황을 두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떠오르는 요즘 민주당 집안 사정"이라고 촌평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 대선 패배와 지선 패배를 가리키는듯 "2연패"라면서 "노선투쟁 등 피터지게 싸우라했지만, 그 싸움이 민생 및 개혁 방향타는 실종되고 인신공격만 난무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지선에서 광역단체장 기준으로 총 17곳 가운데 국민의힘이 12곳에서 승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5곳에서만 당선자를 냈다.
이어진 페이스북 글에서 그는 "태풍은 강하지만 오래가지는 않는다"며 "국민이 납득하는 싸움을 해야지 너죽고 나살자 한다면 3연패가 기다릴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원장은 자신의 답답함을 나타내는듯 "국민이 민주당에 무엇을 바라는가를 그렇게 모르시겠나"라며 "이런 싸움은 그만하시라. 그리고 일하면서 진짜 싸움을 하시라"고 부탁했다.
그는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의 명대사처럼 총구를 앞으로 돌리시라"며 "여당(국민의힘)의 독주를 견제하고, 경제 특히 물가 대책에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고 야당답게 싸울 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지원 전 원장은 앞서 전날인 4일 오후 1시 10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의 6월 5~10일 일정을 알리면서 이 가운데 7일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를 만나고 가까운 경남 양산 사저의 문재인 전 대통령·김정숙 여사를 만난다고 밝혔다.
아울러 5일에는 전남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과 광주 전남도청 김대중 동상 방문, 6일에는 국립 5.18 민주 묘지 등, 10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3주기 추도식 참석 등의 일정을 밝혔다.
이같은 진보 진영 테마의 빽빽한 일정을 알린 것을 두고는 자신의 녹슬지 않은 정치적 영향력을 드러내려는 의도가 감지된다.
특히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3인 진보 진영 대한민국 대통령 관련 일정을 한 주 안에 몰아서 짜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문재인 정부 국정원장에서 퇴임해 자유로운 신분인 박지원 전 원장은 그러한 빽빽한 일정을 자유롭게 소화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러면서 이번 주 박지원 전 원장의 일정이 짙은 내홍 중인 더불어민주당에 어떤 영향력을 끼칠 지 주목된다. 구체적으로는 박지원 전 원장의 더불어민주당 복당 및 8월 전당대회 참여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지선 때 박지현·윤호중 발 내홍이 짙어진 데 이어 지선 패배 후에는 계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구심점을 찾을 수 없게 된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중심부로 '호남 원로' 박지원 전 원장이 진입하기 쉬운 시점이 됐다는 관측이다.

▶1942년 전남 진도 태생으로 올해 나이 81세인 박지원 전 원장은 1992년 14대 총선에서 당선돼(전국구, 지금의 비례대표) 국회에 입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 생활을 시작, 민주당·새정치국민회의·새천년민주당·통합민주당·민주통합당·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민생당 그리고 그 사이 반복된 무소속 시기까지, 국회의원 4선을 하면서 이인제 전 의원 못잖은 '불사조(피닉스)'의 면모를 보여온 바 있다.
이어 대선과 지선의 연이은 패배로 존립의 기로에 선 더불어민주당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시선을 끌고 있다. 일정이 확정된 더불어민주당 8월 전당대회가 그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그 방향성은 최근 감지됐다.
박지원 전 원장은 지선 당일인 지난 1일 개표가 한창이던 오후 10시 9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자생당사(自生黨死),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라며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에게 제기된 비판 여론을 겨냥했다는 풀이가 나온 바 있다.
이에 곧 있을 더불어민주당 '내전'에서 박지원 전 원장이 신흥 권력인 이재명계를 상대로 나설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언급되고 있다.
지난 2020년 4월 21대 총선에서 충격의 낙선을 했으나 불과 3개월 후인 7월에 문재인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국정원장으로 지명된 '처세술' 및 그간 이어진 '정치 9단'의 수식을 감안하면, 예사롭게 볼 수 없는 행보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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