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되어 꽃되어 영원한 곁을 내어주신 부모님
얼마전 돌아가신 부모님을 생각하면 금새 코 끝이 시큰해지면서 가슴이 먹먹해 옵니다. 두 분 다 하늘로 떠나신 것이 믿기지 않아서 아직은 그리움 보다는 슬픔이 먼저 올라옵니다. 아마도 시간이 더 흘러야만 맘껏 그리워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코로나로 세상이 멈춰버린 2020년 봄. 어머니께서 말기암으로 몇 개월 밖에 살 수 없다는 말에 식구들은 할 말을 잃었습니다. 사방팔방으로 말기암 환자들에게 좋다는 약과 치료방법을 찾아 다양한 시도를 해 보았지만, 별다른 차도 없이 7개월 동안 죽음보다 무서운 통증과 싸우다 하늘로 가셨습니다.
어머니께서 그렇게 가신 뒤 홀로 되신 아버지께서는 침대 머리 맡에 영정 사진을 두고 애타는 그리움에 새벽까지 잠 못 드는 날이 많았습니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뼈에 사무치다 못해 심장이 까맣게 타 들어가 버린 것일까요?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고 반 년도 채 지나지 않아 아버지께서도 급성 심근경색으로 어머니가 계신 하늘로 서둘러 먼 길 떠나가셨습니다.
어릴 적에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기억에 남을 만한 가족여행 한 번 간 적 없지만, 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신 부모님이 계셔서 행복한 추억이 많습니다. 너무도 많은 것들을 자식들에게 남겨 주셨는데 우리는 드린 게 없어 뒤늦은 참회가 끝도 없이 올라옵니다.
부모님은 경제적으로 살만한데도 택시비 아깝다고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 타고 다니시고, 옷도 신발도 새 것 사는 것을 너무 싫어하셨습니다. 그러나 자식들에게는 아낌없이 다 내어 주셨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후회되는 일들이 너무 많아 죄책감과 슬픔이 제 가슴에 외딴 섬처럼 외롭고 쓸쓸히 자리 잡고 있습니다. 왜 진작에 보청기와 임플란트를 해드리지 못했는지? 제일 가슴 아픈 일은 투병 중에도 우리 마음 편하자고 얼마 남지 않은 당신의 삶을 항암 치료로 시간을 다 보내고, 예전처럼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실알 같은 희망의 끈을 잡고 있으라고 어머니께 강요한 것입니다.
마지막 그 순간 만큼은 어머님 자신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내어 드렸다면 지금처럼 슬픔이 크지 않았을 거 같습니다.이제 우리 삼남매는 슬픔과 후회를 접고 부모님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리며 힘차게 살아가려고 합니다.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10년 넘게 친정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그동안 다른 형제들은 누리지 못한 복을 저는 많이 누렸습니다.
제가 원하면 언제든 국물 진하게 우려낸 어머니 손맛의 국수를 먹을 수 있었고, 철마다 나오는 나물 반찬도 배불리 먹을 수 있었습니다. 살아계신 때는 몰랐습니다. 부모님께서 베푸신 그 모든 것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무엇보다 오십이 다 된 저에게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라는 말을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해주셨는데, 그 말이 지금 너무 그립습니다. 그 환한 배웅이 너무 그립습니다.
유품을 정리하면서 빛 바랜 성경책, 좋은 글귀가 적혀있는 노트, 잔돈 가득 채워진 저금통, 낡은 옷가지를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잊을 수도 잊혀지지도 않는 그 환한 얼굴과 숨결, 그 웃음소리를 저는 영원히 기억합니다. 하늘에서 부모님은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세상에서 제일 이쁜 내 딸 그만 울어라. 늘 네 곁에 있다." 저는 꿈결처럼 들리는 부모님 음성에 이제는 눈물을 거두고 소망의 답을 드립니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바람 되어 꽃 되어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제 곁에 항상 머물러 계신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저희 삼남매에게 남겨 주신 정신적 유산과 같은 말씀을 기억하려 합니다.
"하나님을 잘 섬기며 항상 감사만 해라."
부모님의 그 따스한 사랑과 헌신은 이제 저를 통해 제 아이들과 이웃들에게 전해지고 번지면서 제 슬픔이 아름다운 그리움으로 채색되고 있습니다. 어머니, 아버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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