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여소야대 돌파구로 '위임 입법' 카드 활용

입력 2022-05-30 17:35:12 수정 2022-05-30 22:04:49

시행령 개정 '인사관리단' 신설…지지층 국정 변화 체감 공 들여
"예외적 조치 남발 곤란" 지적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법무부는 전날 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을 법무부 장관으로 위임하는 동시에, 검사를 포함한 인력을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시행규칙 개정령을 입법예고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법무부는 전날 공직자 인사 검증 기능을 법무부 장관으로 위임하는 동시에, 검사를 포함한 인력을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시행규칙 개정령을 입법예고했다. 연합뉴스

2024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때까지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을 운영해야 하는 윤석열 정부가 '위임입법'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 감지된다. '정권교체는 이뤘는데 국정은 바뀐 것이 없다'는 여권 핵심지지층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위임입법이란 법률의 위임에 의해 입법부 이외의 국가기관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4조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제시하면서 제2항에서 '구체적인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같이 국가기관이 법안내용의 일부를 규정하도록 국회가 법률조항을 통해 권한을 넘겨주는 방식을 위임입법이라고 한다.

새 정부의 주요 정책은 의회의 입법을 통해 최종적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인위적인 정계개편이 없는 이상 다음 총선 때까지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상황에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이에 새 정부는 위임입법을 활용해 정국주도권을 확보하고 지지층이 국정기조 변화를 체감하도록 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먼저 정부는 법무부 장관 직속으로 인사검증관리단을 만들면서 시행령 개정 카드를 사용했다.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에 인사혁신처장이 검증 권한 일부를 다른 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점을 활용했다.

심지어 '조세 법률주의'를 우회하는 시도까지 구상 중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대구 달성군)은 지난 12일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추가로 하향조정해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종부세와 재산세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최종 세액을 결정하기 때문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내리면 세금부담액도 줄어든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야 간 협치에도 공을 들이겠지만 야당이 막무가내 식으로 국정 발목잡기에 골몰한다면 위임입법 카드 활용도 병행할 것"이라며 "새 정부의 국정쇄신에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들의 요구를 알면서 국회 탓만 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법률전문가들도 복잡다단하고 급변하는 현대사회의 특성을 고려하면 국회가 모든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위임입법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다만 여소야대 또한 국민이 만든 정치지형이라는 점에서 남발은 곤란하다는 견제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위임입법이라는 우회로는 불가피한 경우에 한 해 사용하는 예외적인 조치여야 한다"며 "3권 분립을 규정한 우리 헌법의 견제와 균형 원리가 먼저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