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이유 없는 임금피크제는 무효, 대법원 판단에 엇갈린 반응
노동계 "숙련된 노동자 연령만으로 차별 안돼, 임금피크제 폐지 필요"
사용자 "최대 3년치 임금 보전해줘야 가능성 부담", 경제3단체는 우려 성명
26일 대법원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만을 이유로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임금피크제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놨다. 사용자 측은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최대 3년 치 임금을 보전해줘야 할 가능성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노동계는 한발 더 나아가 임금피크제 폐지론까지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 "임금피크제 폐지하고 정년 연장해야"
대법원이 임금피크제가 무효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자 노동계는 적극 환영했다. 나아가서 임금피크제의 필요성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청년 일자리를 확대하려 도입한 임금피크제가 제 역할을 못했고, 숙련된 노동자들이 '나이' 하나로 차별을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길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장은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늘리는 대신 임금을 줄이는 편법"이라며 "이번 판결에서 더 나아가 임금피크제를 폐지하고 정년을 연장해 나이 많은 노동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노동계를 중심으로 임금피크제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임금피크제를 사이에 두고 노사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과 향후 줄소송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노동계는 임금피크제가 나이에 따라 임금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에 역행한다며 폐지를 줄곧 요구해왔다.
◆경제계 "인건비 부담에 줄소송 우려"
반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이번 판결이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존에 적용해온 임금피크제가 법원이 지적한 '합리적 수준'에 해당할지 자신하지 못해서다.
'합리적 수준'이 아니라면 임금피크제가 적용된 기존 직원들의 급여를 일시에 올려줘야 할 수도 있고, 퇴직 근로자들이 임금피크제로 부당하게 낮은 급여를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대구의 한 중견기업 인사팀장은 "직원 400여명 중 10% 정도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고 있다"며 "임금채권 소멸시효가 3년이라 해당 기간동안 임금피크제로 절감한 인건비를 일시적으로 보전해줘야 할 가능성도 생긴 게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임금 삭감을 피해 퇴직을 선택한 이들이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대구의 한 금융기업 관계자는 "55세를 기점으로 임금피크제 대신 희망퇴직을 선택한 직원들이 절대 다수"라며 "이번 판결에 따라 인사·법무팀 관계자들이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도 일제히 성명을 내고 기업 부담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이번 판결은 법 개정 취지를 무색하게 하면서 산업 현장에 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향후 관련 재판에서는 임금피크제가 갖는 순기능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달라"고 촉구했다.
◆회사마다 달리 해석될 여지 있어
다만 이번 대법원 판결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마다 달리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판결 사례가 된 사업체는 61세였던 정년을 그대로 두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근로조건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결국 '합리적 임금피크제'를 판단하는 판례가 쌓여야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혼란이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구의 한 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적용 이후 업무 강도가 낮아지거나 청년 고용을 늘리는 효과가 있었다면 어느 정도의 임금삭감은 정당하다고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면서 "적정한 수준의 임금 및 근로 강도 저감을 어느 정도로 해석할지는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한다"고 전망했다.
한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전국에 정년제 및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은 7만6천507곳이었다. 이들 사업자으이 평균 임금 감액률은 '10% 이하'가 2만3천998곳(3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0~20%'(27%), '30% 초과'(22%), '20~30%'(15%), '동결'(3%) 순이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법원이 판단 요소를 제시했을 뿐 임금피크제 자체가 무효라는 취지는 아니다"라며 "이번 판례를 참고해서 사례별로 임금피크제 운용의 적절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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